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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쿠바 수교 1년] 미국 경제제재에 막힌 교역…ODA 중심 협력 기대
기사 작성일 : 2025-02-12 09:00:27

쿠바 제재 (PG)


[ 자료사진]

김동규 기자 = 수교 1년을 맞은 한국과 쿠바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연간 2천만달러(약 400억원) 수준으로 미미한 편이다.

6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교역의 문이 닫힌 쿠바는 한국과 수교 등 관계 개선에도 당장 극적인 교역 확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제재 벽을 넘기 어려운 만큼 쿠바 측의 관심이 큰 공적개발원조(ODA)를 중심으로 경제 협력을 심화하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쿠바는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공산주의 체제를 도입하며 1960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국제 무역과 금융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며 국가 경제 발전에 브레이크가 세게 걸려 있다.

자체 산업 생산이 부족한 쿠바는 식량과 에너지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기준 쿠바의 경제 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289억달러, 1인당 명목 GDP 2천730달러, 수출 17억달러, 수입 98억달러, 무역수지 81억달러 적자 등 수준이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쿠바에 자동차, 가전제품, 타이어 등 대기업 제품들을 제3국 에이전트를 통한 간접교역 형태로 수출하며 쿠바와 경제 관계를 맺어왔다.


파나마 경유 우회 수출 사례


[코트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양국 간 산업 협력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전력 분야로, 쿠바의 에너지 혁명 추진 시기에 현대중공업이 컨테이너형 디젤 발전기 프로젝트를 수주해 2005∼2010년 총 464대(888㎿)를 공급했다. 이는 당시 쿠바 전체 전력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2009∼2014년에는 베네수엘라의 원조로 쿠바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한국의 발전기 유지 보수 장비와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금까지도 삼성, LG 등 한국 브랜드는 쿠바 가전 및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으로 평가받으며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2014년까지 쿠바에서 연간 3천대 이상의 자동차 판매 실적을 이어가는 등 성장을 이어가기도 했다. 2015년부터 중국의 장기저리 차관 공세로 자동차 수입의 상당 부분이 중국산으로 대체됐지만, 여전히 쿠바 렌터카 시장 등에서 현대·기아차는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은 쿠바와 수교를 맺고 제재 정책을 완화하는 등 유화정책을 썼다. 이 시기 쿠바 경제에 활력이 돌면서 한국의 쿠바 수출액도 2016년 4천200만달러에서 2017년 역대 최대인 7천만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2018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쿠바에 대한 봉쇄정책을 강화하면서 한국의 수출 역시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2018년에는 쿠바 경제 약화로 신용도가 저하되며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수출보험 제공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조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쿠바 경기가 악화하면서 한국의 수출도 역대 최저치인 1천38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2023년 3천570만달러로 회복됐으나 작년에 다시 2천만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국은 쿠바에 도금강판, 승용차, 아연도강판, 자동차부품, 기계류 등을 수출하고, 쿠바는 한국에 동괴 등 금속, 연초류, 식품 등을 수출하는 무역 구조를 지니고 있다.


쿠바와 교류 확대 (CG)


[TV 제공]

업계에서는 대쿠바 제재 강화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서 한·쿠바 수교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기로 양국 교역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현실적으로 한국 기업의 쿠바 수출에는 미국의 경제 제재 및 쿠바 외환 부족으로 인한 수출 대금 송금 문제, 수출보험 제공 불가로 인한 위험 가중, 360일·720일 외상 등 힘든 경제 조건 등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 대부분 위험 요인이 미국의 경제 제재에서 기인하는 것들이다.

한국은 1996년부터 쿠바 아바나 국제박람회에 한국관을 꾸려 참가하고, 2005년에는 아바나 무역관을 설립하는 등 지속적으로 쿠바와 경제 접점을 늘리고 교류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양국 수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쿠바 제재가 지속되면서 양국 간 교역 확대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수교를 계기로 쿠바의 관심 분야인 농식품 생산, 신재생에너지, 자원 재활용 등 분야의 ODA를 본격화하며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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