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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8살 하늘이
(대전= 강수환 기자 = 11일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대전 초등학교 살인사건 피해자인 김하늘(8) 양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유족 측은 "다시는 제2의 하늘이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5.2.11
고은지 고상민 서혜림 기자 =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자 학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돌봄교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려던 불과 8살에 불과한 학생이 교사 손에 쓰러진 이번 사건은 '문제 교원'에 대한 학교와 교육청의 안이한 대응, 1인 전담사에 의지한 돌봄교실 등 학교 안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이 있는 교사의 복직 과정이나 학교 업무수행에 대한 요건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며 "정신질환으로 병가·휴직을 반복했다면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보다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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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에 놓인 우산들
(대전= 강수환 기자 =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 12일 오전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위에 우산이 놓여 있다. 학교 정문에는 시민들이 붙여놓은 쪽지와 꽃, 인형, 선물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2025.2.12
◇ '전조' 방임한 교육 당국…문제행동 보여도 '분리' 어려워
12일 경찰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고(故) 김하늘 양을 살해한 가해 여교사 명모 씨는 정신질환을 앓아 여러 차례 병가를 썼다. 사건 직전에도 6개월 질병 휴직을 떠났다가 20여일 만에 복직한 상태였다.
명씨는 복직 후에도 폭력적인 언행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범행 닷새 전인 5일에는 시스템 접속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학교 컴퓨터를 파손했고, 6일에는 불 꺼진 교실에 있는 자신에게 말을 건 교사의 팔을 꺾고 헤드록을 거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런 문제 행동에도 교육 당국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교원을 학교에서 '분리'할 수 있는 제도로는 교육청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있다.
의료전문가, 법률전문가, 공무원, 교직단체에서 추천하는 자, 학부모단체 인사 등으로 구성되며 심의 후 교육감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광주, 세종, 대전 등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만 운영 중인 데다가 위원회가 있는 교육청도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개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대전교육청 등 상당수 교육청이 수년간 질환교원심의위를 연 적이 없다.
더욱이 명씨처럼 본인 청원에 의한 휴직은 애초 질환교원심의위 대상이 아니다.
한 지역교육청 관계자는 "질환심의위가 열리려면 학교에서 심의가 필요하다고 관찰이 돼서 의견이 올라와야 한다"며 "그러나 보통 해당 교사한테 이런 요구를 하기 어려우니 질병휴직을 권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영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어떤 교사가 정신질환으로 병가와 휴직을 반복했다면 질환교원심의위를 제대로 작동해서 그 사유와 질병 이력 등을 살펴보고 특별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내에서 폭력행위를 한 교사를 제재할 보다 강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0년 세종의 한 초등학교에선 교사가 누군가가 자기 행동을 내부 보고한 데 분개해 "도끼로 6학년 전체 교사를 죽일 것"이라고 해악을 고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벌금 500만원이란 솜방망이 처벌이 다였다.
여야가 '하늘이법' 입법을 한목소리로 내는 가운데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정신 질환 등 문제 소지를 지닌 교사의 즉각 분리를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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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교서 8세 여아 피살…경찰 조사
(대전= 강수환 기자 = 10일 오후 5시 50분께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인 A(8)양이 흉기에 찔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숨졌다. 현장에서는 교사 B(40대)씨도 자상을 입었으나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B씨가 A양을 흉기로 찌른 뒤 자해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초등학교 주변의 경찰차. 2025.2.10
◇ 우울증 앓는 교원 느는데…모니터링·관리 규정 부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종사자 1천명당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18년 16.4명에서 2023년 37.2명으로 5년 만에 2.3배로 대폭 증가했다.
교육 당국도 2023년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 이후 교원 '마음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하늘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이 있는 교원의 교직 수행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대책은 미흡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상태인지 확인하는 제도는 그나마 임용 시 치르는 인적성 검사가 있지만, 이마저도 정신 질환 여부나 그 정도를 알긴 어렵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이나 의사 등의 (특수) 직종에 대해선 정신건강검진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입직 시에도 지금은 건강검진, 마약검사만 하지만 정신건강검진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으로 인한 휴직 후 복직 시 요건이 의사 소견서(진단서)뿐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신질환은 정확한 병명을 알기 어려운 데다가 본인의 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의사가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완치가 아닌데도 완치 판정을 받고 복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씨도 우울증을 이유로 병가 휴직했다가 의사 소견서를 내고 조기 복직했다.
다만 교육 당국으로서는 병명은 개인정보인 데다가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어서 진단서에 근거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 교사에 대한 복직 과정이나 학교 업무수행 등에 관한 행정적 요건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교권침해 등으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교사들까지 한묶음으로 논의하기가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장세린 교사노조 사무총장은 "교권침해 등을 겪으면서 정신과에 내원하는 교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현재로선 고민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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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교서 8세 여아 피살…경찰 조사
(대전= 강수환 기자 = 10일 오후 5시 50분께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인 A(8)양이 흉기에 찔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숨졌다. 현장에서는 교사 B(40대)씨도 자상을 입었으나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B씨가 A양을 흉기로 찌른 뒤 자해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초등학교에 주차된 경찰차. 2025.2.10
◇ 돌봄교실 크게 늘었지만…대부분 1인 전담사가 도맡아
교육부는 방과후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돌봄교실을 포함한 늘봄학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왔다. 작년 12월 기준 전국 초1 35만4천명 중 늘봄학교 참여 학생은 29만6천명(83.4%)에 달한다.
그러나 빠르게 느는 수요만큼 안전대책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하늘 양은 돌봄 교실을 혼자 나서다 학교 안에서 변을 당했다.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이 귀가할 경우 부모 또는 부모가 위임한 성인이 동행하는 것이 원칙이되 부모 동의를 받고 형제·자매가 함께 귀가하거나 안전 서약서를 받고 자율 귀가할 수도 있다.
돌봄교실의 위치에 따라 귀가 방식을 학교 판단에 맡기기도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하늘 양이 마지막 귀가 학생이긴 했지만, 대부분 1명뿐인 돌봄 전담사가 귀가하는 학생을 직접 교문 앞 부모에게 인계할 경우 나머지 학생들이 보호자 없이 교실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맹점도 있다.
각 교육청은 자체적으로 늘봄(돌봄)교실 안전 강화에 나섰다.
울산교육청은 돌봄교실에 안심 알림서비스(문자 등), 비상벨, 인터폰,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인근 경찰서와 협조를 강화해 학생 귀가 시간 정기적인 순찰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돌봄지원인력과 귀가안전도우미를 확대해 돌봄교실 참여 학생의 안전한 귀가를 지원할 방침이다.
대구교육청은 기존에도 저녁 늘봄의 경우 전담사와 자원봉사자 2인을 편성했고 올해도 2인 이상 배치한다.
경남교육청은 교육지원청 교육장들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돌봄교실 입실에서부터 학생 귀가 시까지 모든 동선과 활동 공간 등에 대해 면밀하게 확인하고 교육 활동, 시설 안전 등을 점검하도록 했다.
강영미 회장은 "한 명이 교실을 책임지면 한 명은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식으로 돌봄 전담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장세린 사무총장은 "인력 문제를 (돌봄교실 안전을 위한) 대안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