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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허가 족쇄풀린 강남 집값 들썩…"매물 거두고 호가 뛰어"(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2-12 18:00:18

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 자료사진]

권혜진 박초롱 오예진 기자 =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서울시가 12일 아파트 수요가 몰리는 강남 일대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 향후 집값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해제 기대감으로 최근 집값이 들썩였던 강남권의 경우 투자 수요자들이 본격적인 매수에 나서며 당분간 거래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여서 주변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잠실 엘스아파트


[ 자료사진]

◇ 강남 집값 이미 '들썩'…매물 거둬들이고 호가 수천만원 올려

서울시 발표 직후 현장에선 집주인이 호가를 수천만원씩 올리는 등 이미 집값이 들썩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번 해제 대상에 포함된 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해제 결정 이후 문의 전화가 폭발적으로 오고 있다"며 "매물을 일단 거둬들이겠다, 호가를 3천~4천만원 높이겠다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팔려고 했던 사람들도 보류하겠다고 한다"며 "내일이나 모레쯤 되면 이런 움직임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 리센츠 30평대를 소유한 40대 주부 A씨는 "갈아타기를 하려고 집을 내놓을 시점을 보고 있었는데 당분간 더 오를 것 같아서 미룰까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당분간 거래 활성화와 함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해제 대상이 공통으로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핵심 지역으로 과거에도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배경이다.

이들 지역에선 최근 호가가 1억~2억원씩 상승했으며 전반적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리센츠 전용면적 124㎡는 지난해 12월 최고가인 37억5천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37억원에 또다시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는 올해 초 52억9천만원에 손바뀜되며 종전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호가도 이전 거래가보다 1억~3억원씩 높게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2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의 매매가격지수가 전주보다 0.02% 오른 가운데 송파구는 잠실과 신천동 위주로 0.13% 올랐으며 서초구는 서초, 잠원동을 중심으로 0.06% 상승하며 평균치를 웃돌았다.



2023년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아파트 단지에 토지거래허가 해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자료사진]

◇ 갭투자·원정투자 수요 몰리며 단기 과열 나타날 수도

전문가들인 높아진 시장 호가에 맞춰 거래가 이뤄지며 일시적으로 시장이 과열 양상이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소유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매물 자체가 적은 데다 그동안 실거주 의무 등으로 투자를 망설였던 수요층이 본격적으로 '갭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기 힘든 지방 거주민의 원정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갭투자라든지 지방 외지인의 매입이 단기적으로 늘어나며 일시적인 주택 가격 과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매도자 입장에선 재산권 제약이 풀린 것이어서 호가를 더 높게 부르고, 이로 인해 지역 양극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석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그동안 실거주 의무가 수요를 제한하는 요소였는데 이제 그 제한이 풀리며 투자 수요가 더해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어서 멈췄던 투자 목적 거래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크고, 전세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상급지 교체 수요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 내 랜드마크 단지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되며 구입 대기수요 유입이나 집값 상승 휘발성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강남구 대치동 은마, '우선미'(우성·선경·한보미도맨션) 등 이번 해제 대상에서 제외된 재건축 단지도 주변 단지 시세에 맞춰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강남권 재건축 물량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데다 과거에도 주변 시세에 발맞춰 상승세를 나타냈다는 점에서다.

김은선 랩장은 "해제 지역에 포함 안 됐다고 주거 가치나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변의 해제지역이 오르면 거기에 맞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급매·전월세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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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침체로 확산효과 기대 어려워"…전월세 공급 확대 효과도

그러나 이러한 매수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며 2차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이미 시장에서 기대감이 작용하며 가격이 상당히 오른 데다 현재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해 거래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래는 늘어날 수 있지만 가격이 일부 선반영돼 있어 크게 오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일부 호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해제 영향보다는 시장의 공급 부족 예고, 금리 인하 기대감에 의한 측면이 크다"면서 "단기간 내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평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 상황도 안 좋고 정치적 불안도 겹친 데다가 대출까지 규제하기 때문에 상승 여력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지역에서 전월세 공급이 늘어나며 공급 및 가격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매수자의 상당수가 전세를 끼고 구매하는 '갭투자' 수요층이라는 점에서 실거주보다는 다시 전월세로 해당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전세 물건이 굉장히 부족했는데 실거주를 하지 않아도 되니 이런 부분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선 랩장도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 그만큼 전월세 물량도 따라서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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