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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크라戰 종전외교 본격 개시…우크라·유럽 동조할까
기사 작성일 : 2025-02-13 06:00:58

트럼프(왼쪽부터)-젤렌스키-푸틴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워싱턴=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외교에 신호탄을 쏘면서 2022년 2월 말 전면전 개시 이후 3주년을 앞둔 전쟁에 변곡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쟁의 양 당사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통화했으며, 미러 협상팀 사이에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 뮌헨안보회의 계기에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을 사이에 둔 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간접 대화'를 하게 됐다.

이처럼 조기에 협상판이 깔린 것은 트럼프 1기 때부터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간의 '친분' 및 상호 호감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러 수감자 맞교환에 합의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시작하기로 하는 한편 두 정상의 상대국 방문 등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정상간 대화 자체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던 직전 바이든 행정부 때의 미러관계에 트럼프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러시아와 사실상의 동맹관계를 체결하고, 파병까지 한 만큼 전쟁 종식 논의는 한반도 정세와도 무관치 않다.

휴전이 조기에 성사될 경우 북러관계의 결속력은 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비해 이완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것은 북미대화의 분위기 조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또 한 번 정상외교를 할 의향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우크라이나전쟁 휴전을 성사시킬 경우 대북 접근 시도의 여력과 여건이 일부 마련됐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내놓을 협상안의 내용과, 양 당사자가 협상안에 동의할 수 있느냐다.

특히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와 비교할 때 '완전히 달라진 미국'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반응 쪽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유럽을 방문 중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선을 그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014년(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해) 이전의 영토 구획으로 돌아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며 트럼프 종전 구상의 기본 원칙을 시사했다.

이번 전쟁의 한 쪽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쪽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발언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6월 전쟁을 즉각적으로 끝내기 위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러시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이 유일하게 효과적인 안보 보장책이어서 포기할 수 없으며, 영토 할양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나토 가입이라는 미래의 안전 보장 장치를 확보하지 못한 채,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공식적으로 내주는 합의안을 미국이 제시할 경우 그것은 3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며 막대한 희생을 감내한 우크라이나로서는 받기 어려운 '쓴 잔'이 되리라는 것이 세간의 예상이다.

'우크라이나 다음은 우리'라는 인식에 따라, 러시아의 확장 야심에 맞선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유럽 국가들도 합의안이 러시아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반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지속 또는 중단, 미국의 나토 잔류 여부 등의 카드로 압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우크라이나가 이기기 어려운 전쟁을 미국이 계속 지원하긴 어렵다는 인식을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몇차례 밝혀왔다.

미국의 종전 구상과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반응은 14∼16일 뮌헨안보회의 계기에 1차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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