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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너지로 '트럼프 선방'한 일본…"LNG 수입 등 韓에 시사점"
기사 작성일 : 2025-02-13 13:00:08

미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


[AP=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서울= 차대운 이슬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차별 관세 전쟁에 나선 상황에서 일찌감치 미국을 찾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좌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대형 대미 투자와 가스 수입 확대 약속 등을 담은 '선물 보따리'를 지렛대 삼아 자국을 향한 압박을 최소화하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일은 공히 미국의 주요 무역수지 적자국이다. 또 자동차·반도체 등이 주력 산업이라는 점,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 미군 주둔 등 많은 공통점이 있어 이시바 총리의 방미 결과가 한국의 대미 통상 대응에도 유용한 시사점을 준다.

전문가들과 정부 통상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방미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용한 파트너'라는 점을 선제적으로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시바 총리가 '아부의 예술'로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산 것은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공들여 포장한 '선물 패키지'라는 분석이다.

이시바 총리는 2023년 기준 8천억달러 수준인 일본의 대미 직접 투자액을 1조달러까지로 확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한 합작 의향을 내비쳐 트럼프 대통령을 흡족하게 했다.

사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최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투자 계획 공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 주요 기업의 미국 투자는 계속 활발히 이뤄져 왔다.

또한 세계 2위 LNG 수입국인 일본이 상업적 조건만 맞는다면 알래스카 가스 수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이시바 총리가 건넨 '선물'은 원래 있던 것을 잘 포장한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일본의 제안은 상당한 무역수지 적자가 있음에도 일본이 다른 적자국들과는 차별화되는 유용성이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전략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와 통화에서 "정상회담은 정상 간 대화일 뿐 아니라 국내 지지자들에게 본인이 펼치려는 사업을 중요한 국가인 일본 총리가 와서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면을 대중에 세워줬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적어도 트럼프 신정부로부터 별도의 무역 압박을 받는 상황은 피했다. 또한 중국과의 긴장 상황,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한 안보 측면에서도 '100% 억지력'을 보장받는 안보상의 성과도 거뒀다. 일본이 방위비 인상 압박을 일단 모면하고 간 것도 구체적인 큰 성과로 손꼽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투자 계획 발표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AP= 자료사진]

한일 양국이 처한 상황이 유사해 이시바 총리의 이번 방문을 일종의 '모의고사'로 보고 주목했던 통상 당국도 향후 대미 통상 대응 방향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에 "생각보다 일본 총리의 방미가 잘 끝난 것 같다"며 "LNG 수입 문제나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등 미일 정상이 이번에 논의한 여러 가지가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상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캐나다, 멕시코, EU 등을 우선 표적으로 삼아 무역 전쟁을 벌여나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무역적자 문제가 존재하지만 한미일 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라는 전통적 안보 차원의 활용성과 반도체·AI·이차전지·조선 등 핵심 산업에서의 활용성 등 측면에서 '전략적 유용성'이 있다는 인식을 보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미국 조야에서는 향후 선박 건조 능력이 미중 패권 경쟁을 가를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을 고쳐서라도 한국과 일본 등 핵심 동맹에 군함 제조를 맡겨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해가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과 조선 협력 희망을 피력한 데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이 미국의 경제안보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핵심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트럼프 신정부와 협력 기회를 극대화하겠다는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한국이 미국 신정부와 투자·에너지 수입 확대, 반도체·조선 등 산업 협력 강화 등 내용을 담은 '선물 패키지'를 마련해 트럼프 신정부에 한국의 유용성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대미 통상 대응 방향을 잡아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허윤 교수는 "대미 투자 확대, 에너지·항공기 수입 확대, 소형모듈원자로 등 원전 협력, 조선 협력, AI 산업 생태계 구축 협력 등 내용을 담은 패키지를 잘 만들어 미래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며 "우호적 양국 분위기를 조성하고 향후 계속 나올 여러 개별 안건 협상에 들어갔을 때 최선의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현안간담회, 발언하는 최상목 권한대행


홍해인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 권한대행,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2025.2.11

이처럼 일본과 한국이 유사점이 많지만 결정적으로 12·3 계엄 사태의 여파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국내 정치 상황이 결정적 국면에서 우리나라의 대외 협상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정상 간 친분과 톱다운식 거래를 선호하는 '트럼프 스타일'을 고려할 때,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의 상황이 대미 협상에서 크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미일 대면 정상 외교가 이뤄진 상황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첫 통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권한대행이 트럼프의 환심을 살 수 있는 확실한 카드를 약속할 수는 없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트럼프 입장에서도 당장 한국에 어떤 구체적인 조처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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