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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을 두고 기존 국제질서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안보 동맹국들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먼저 접촉한 데다가 침략국인 러시아의 편들 들어줄 태세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계속 구체화한다면 미국의 신뢰가 약화하고 세계 곳곳의 권위주의 정권과 불량국가가 더 대담하게 해 분쟁과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뒤 전쟁 당사국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논의 내용을 알렸다.
유럽 동맹국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이는 미국이 보호하던 비조약 동맹과 유럽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명백한 '패싱'이었다.
더 큰 문제는 종전 조건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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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본부를 찾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브뤼셀 AFP=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가운데)이 회원국 국방장관들과 대화하는 모습. 2025.2.13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두자면서도 "미군이 파병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해두겠다"고 밝혔다.
전쟁이 끝나면 나토 가입을 허용하거나, 미군이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해 러시아가 다시는 침략해 올 수 없도록 해달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러시아는 자국과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는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 쟁점으로 거론돼 왔는데 관련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미 정부 최고위 당국자가 러시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내 점령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관련해서도 모두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버리라며 영토 포기를 요구했다.
이러한 발언 역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내 4개 점령지는 종전 협상에서 반환 여부가 논의될 대상이 아니라는 러시아 측 입장에 동조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태도를 두고 미국의 동맹국들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유럽 당국자는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이 푸틴의 핵심 요구사항들을 받아들였다"면서 이는 변절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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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뉴욕 트럼프 타워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네브래스카)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 정부의 종전 구상은 "침략자(러시아)에게 보상을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크렘린을 위한 훌륭한 협상가"라고 지칭했다.
그는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인 우크라이나보다 우리의 적인 러시아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면서 "한편 그의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국토 주권 회복을 배제했다.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와 우리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원조를 제공했는데, 인제 와서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을 강요하며 종전을 압박한다면 그간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배신감을 느끼면서 친서방 성향인 젤렌스키 정권이 무너지고 친러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는 등 최악의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필요한 만큼 계속 돕겠다'(for as long as it takes)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을 향한 동맹국들의 신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국가들의 도발을 용이하게 할 수도 있다.
중국이 통일을 지향함에 따라 무력침공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는 대만 같은 국가들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계산할 때가 온 셈이다.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중국이 훨씬 더 대담해질 수 있는 여건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대니얼 프리드 명예 연구원은 "젤렌스키와의 통화보다 푸틴과의 통화가 앞선 이뤄진 건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에 대한 편애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와 (미국의) 적인 푸틴과의 회동이 이뤄진다면 반드시 (미국의) 친구인 젤렌스키와의 회담과 병행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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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ttps://youtu.be/ZXMF0UyBqX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