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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디 인도 총리
[EPA 자료사진. 재배포 및 판매 금지]
(워싱턴·방콕= 강병철 강종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국가별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한 가운데 '중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미국과 인도가 미국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무역 협정 체결을 목표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라는 비판을 받는 인도는 미국산 무기 구매와 에너지 수입 확대 등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인도에 막대한 무역 적자를 기록 중이라며 "모디 총리와 나는 오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도 "우리는 양국 교역량을 2030년까지 5천억 달러로 두배 이상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호혜적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며 '브로맨스'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부터 인도를 "무역에 있어 매우 큰 악당"이라 부르며 관세를 통해 불균형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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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모디 인도 총리
[AFP=.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에 있어서는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인도 관세에 대해 "아주 큰 문제"라면서 "인도는 많은 상품에 대해 30~70% 관세를 부과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보다 더 높은 관세를 매긴다. 이에 따라 인도에서 자동차를 파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말 공정한 경쟁의 장을 원하며 그런 자격이 있다"면서 "무역 적자 관련 차이를 석유와 가스 판매로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인도의 주도적 석유·가스 공급자로 복구키로 모디 총리와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인도는 미국산 무기 도입을 확대하는 등 방산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부터 우리는 인도에 대한 무기 판매를 수십억 달러 늘릴 것이며, 인도에 F-35 스텔스 전투기를 제공하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와 관련, "2017년 우리 정부는 쿼드 안보 파트너십을 부활·활성화했다"면서 "모디 총리와 나는 미국, 인도, 호주, 일본 간 강력한 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도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협력할 것이며 쿼드는 이 과정에서 특별한 협력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미국과 인도는 안보와 관련해 공동 경쟁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 등을 통한 국방 협력을 강화해왔으며, 양국간 새로운 방위협력 쳬계 구축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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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모디 인도 총리
[AFP=. 재판매 및 DB 금지]
양국 정상은 이밖에 원자력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비롯한 각 부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한 '21세기를 위한 미국과 인도 간 협력 프레임워크'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로스앤젤레스와 보스턴에 새 영사관 개설 방침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방문도 요청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에 빗대 미가(MIGA·인도를 다시 위대하게)란 표현을 조어한 뒤 "마가와 미가가 합치면 번영을 위한 메가 파트너십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국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인도에 해양 정찰기 P-81 6대를 추가로 공급하고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스트라이커 장갑차 인도 내 공동생산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농산물 교역을 늘리고 미국산 공산품의 인도 수출 확대 등을 통해 양국 간 무역을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인도 외교부는 회담 직후 무역 협정과 관련해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7∼8개월 내 체결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두 정상이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착수에도 합의했다며 F-35 전투기 도입은 제안 단계이며 정식 논의는 시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인도에 미국이 설계한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