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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온 ICRC 한국대표 "아프리카 20개국 분쟁 시달려"
기사 작성일 : 2025-02-16 08:01:02

바바라 리졸리 ICRC 한국사무소 대표


강민지 기자 = 바바라 리졸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한국사무소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ICRC 한국사무소에서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2.16

김성진 노재현 기자 = 바바라 리졸리(51)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한국사무소 신임 대표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와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에서 국제인도법이 존중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해외원조 중단 움직임과 관련해선 상황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면서 ICRC 본연의 민간인 보호 활동이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졸리 대표는 부임 사흘 만인 지난 13일 서울시 중구 퇴계로 ICRC 한국사무소에서 와 가진 첫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20개국이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최대도시 고마에서 민간 인프라가 파괴되는 일이 있었다"며 "주민들은 가장 기본적인 물과 전기를 사용할 수 없고 병원도 제대로 가동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ICRC가 그곳에서 지원하는 여러 의료 시설에 올해 1월부터 입원한 환자가 1천400명"이라며 "단 5주 사이에 작년 한 해 총입원환자 수 2천800명의 절반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1863년 앙리 뒤낭이 창설한 ICRC는 제네바에 본부가 있다. 국제 인도주의 기구로 약 100개국에서 1만7천명의 직원이 제네바협약에 근거해 무력충돌 피해자를 보호·지원한다.

리졸리 대표는 2011년 ICRC에 합류한 뒤 아프리카 중부 부룬디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이란, 예멘 등에서 활동했다.

특히 2023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 ICRC 사무소장으로 전쟁의 참상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리졸리 대표는 3년간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이 공격 대상이 되지 않도록 국제인도법이 존중되면 분쟁 지역 주민이 어느 정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고 평화로 가는 길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이 실종자의 생사를 알지 못하면 아마 최악일 것"이라며 "감정의 기복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그 상황은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들(실종자 가족)이 나를 붙잡고 '유해라도 찾으면 마음을 접고 애도하고 추모하며 기도할 수 있을 텐데'라고 울부짖었다"면서 "실종의 아픔은 가족의 기억 속에 영원히 피를 흘리며 아물지 않는 상처와 같다"고 말했다.

ICRC는 무력충돌과 재난재해 발생 시 피해자를 등록해 실종을 예방한다. 다른 한편으로 실종자의 경우 191개국에 있는 적십자사 또는 적신월사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생사 확인, 가족과 연락 재개, 재결합 등을 지원하고 있다.

리졸리 대표는 ICRC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포된 북한 군인들을 접촉했는지에 대해 "ICRC는 특정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라는 기밀유지 원칙을 되풀이하며 양해를 구했다. 다만 "ICRC는 전쟁포로와 그 외에 무력충돌 중 억류된 인원들을 방문하고 처우를 확인하기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와 정기적으로 연락한다"고 밝혔다.

그는 "ICRC는 무력 분쟁 중 외국인 피구금자들은 더 취약하기 때문에 방문하려고 각별히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또 생포된 군인의 법적 지위가 확실치 않은 상태라도 전쟁포로가 아님이 법적으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제네바협약 상 전쟁포로에게 주어지는 보호 조처가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리졸리 대표는 "(2020년 북한의 코로나19 규제로 철수한) ICRC 직원들이 복귀하기 위해 북한의 적십자사와 연락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에 복귀해 사업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원조 일시 중단에 대해 "ICRC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초당적 지지를 받아왔다"며 "이런 미국의 지지가 이어져 우리가 인도주의 업무로 분쟁 지역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계속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바라 리졸리 ICRC 한국사무소 대표


강민지 기자 = 바바라 리졸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한국사무소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ICRC 한국사무소에서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2.16

리졸리 대표는 "지난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기여금으로 ICRC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선과 가까운 병원 21곳에 의약품과 의료 장비를 공급했고 부분적으로 파괴됐던 병원 10곳이 복원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울러 지난해 우크라이나 주민 270만명이 단전과 단수 고통을 덜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2023년 ICRC의 고액 기여자 모임인 '기부자 지원 그룹'(Donor Support Group·DSG)에 합류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국이 사이버 안보, 특히 인공지능(AI)의 군사분야 활용에 대한 규제 목소리를 함께 낸 점을 평가했다.

그는 분쟁 지역에서 AI와 결합한 무기는 인간의 통제 불능으로 더 큰 민간인 피해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졸리 대표는 모국어 이탈리아어 외에 영어, 불어,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튀르키예어, 아랍어, 우즈베크어 등 8개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는 "너무 아름다운 한글도 배우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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