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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논의 없이 동맹국 공격만…' 美부통령 훈계에 뿔난 유럽
기사 작성일 : 2025-02-16 11:00:57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 중인 JD 밴스 미 부통령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 핵심 현안에 침묵한 채 이른바 '언론의 자유'를 놓고 유럽 동맹국을 매도하는 행태를 보이자 유럽이 들끓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유럽 전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며 극우 사상과 혐오 발언에 대한 유럽 각국의 규제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내가 유럽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러시아도 중국도 아니며 다른 어떤 외부 행위자도 아니다"라면서 유럽이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계기로 소셜미디어 상의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에 대한 검열이 완화되고 있는 미국과 대비되는 유럽의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정작 밴스 부통령은 참석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 없이 '합리적 타결책'에 도달할 수 있길 바란다는 원론적 발언을 하는데 그쳤다.

영국 BBC 방송은 "당초 이번 회의에선 러시아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방안과 유럽이 어떻게 방위비 지출을 확대할지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됐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밴스 부통령은 연단에서 이런 현안에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은 채 유럽 각국에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들을 쏟아내 참석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뮌헨안보회의 참석자들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BBC는 "매우 기괴한 20분이었다"면서 "미국 민주주의가 10년간 (스웨덴 환경 운동가)그레타 툰베리의 꾸짖음을 버틸 수 있었다면 여러분들도 일론 머스크의 몇 개월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밴스 부통령의 농담에도 웃음을 보인 참석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시사해설자는 이러한 밴스 부통령의 이번 연설에 대해 "그건 순전히 미국 국내 소비용이었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밴스 부통령은 오는 23일 독일 연방의회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인데도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과는 어떤 경우에도 협력하지 않는다는 독일 원내정당들의 합의를 비판하고 이날 뮌헨 시내에서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보란 듯이 만나 독일 정치권에 충격을 안겼다.

이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속할지는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고 "외부인의 간섭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다만, 카린 켈러-수터 스위스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의 이날 연설을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간청'이라고 평가하며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한편, 이날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 유럽이 직접적으로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전 종전 국면에서 미국의 '유럽 패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은 대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정상들이 긴급 회동해 우크라이나 문제와 유럽의 안보 강화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키어 스타어 영국 총리도 미국과 유럽이 계속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외부의 적들'에 맞서야 할 상황에서 분열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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