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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봉석 권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17일 민영기업심포지엄(좌담회)에 참석해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가들에게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주문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주재한 이날 행사에는 국무원 리창 총리와 딩쉐샹 부총리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중앙TV(CC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민영기업 대표들은 시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가 행사장에 입장하자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와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BYD 왕촨푸 회장, 중국 거대 사료생산업체 신시왕그룹 류융하오 회장, 반도체 거물 웨이얼반도체의 창업주 위런룽,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공개로 급부상한 유니트리의 왕싱싱 회장,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이자 전기차로도 진출한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등 6명이 업계를 대표해 발언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과 렁유빈 중국전국공산업연합회 부회장, 변압기 제조업체 정타이그룹 난춘후이 회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최근 저비용 고효율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출시로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도 참석자 가운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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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원펑 딥시크 창업자(앞줄 오른쪽)
[CGTN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량원펑은 딥시크의 돌풍 이후 공개 행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량원펑은 딥시크가 추론(reasoning) AI 모델인 'R1'을 출시한 지난달 20일 리창 총리가 주재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바 있지만,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뒤로는 은둔 행보를 이어왔다.
시 주석은 민영기업 대표들의 발언을 모두 들은 뒤 민영기업들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정책 기조 등에 대해 연설했다.
그는 "민영경제 발전은 큰 잠재력이 있고 많은 민영기업과 기업가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시의적절하다"면서 "선부(先富)가 공동부유(共富·공부)를 촉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소득재분배에 방점을 둔 정책기조 '공동부유'를 슬로건으로 내걸어왔으나 이번에는 덩샤오핑의 '일부가 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의 중요성도 동시에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책 조치들을 착실히 이행하는 것이 현재 민영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작업의 중점"이라고 덧붙였다.
▲ 공정한 시장 경쟁의 장애물 제거 ▲ 민영기업의 자금 조달 어려움 해결 ▲ 민영 기업의 채무 체납 문제 해결 ▲ 부당한 압력 정비 및 합법적 권익 보호 등을 구체적인 추진 과제로 언급했다.
각급 당 위원회와 정부에는 실제 상황에 기반해 민영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조치의 이행을 통합적으로 잘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시 주석은 또 "현재 민영 경제 발전이 직면한 약간의 어려움과 도전은 개혁 발전과 산업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면서 "일시적이지 장기적인 것이 아니며, 극복할 수 있지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영 기업들에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건설자가 될 것과 자주 혁신 강화, 새로운 질적 생산력 육성, 기업 지배구조 및 리스크 방지 메커니즘 완비, 공익 자선 사업 적극 참여 등을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시 주석이 연설할 때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대다수는 시 주석의 발언을 꼼꼼하게 메모했다.
앞서 로이터는 민간 부문에 관한 심포지엄을 거의 주재하지 않는 시 주석이 주요 민간기업 수장들을 소집했다고 지난 14일 전했다.
중국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가 민영기업 좌담회를 개최한 것은 시 주석이 집권 6년 만에 민영 기업과 심포지엄을 처음 주재한 2018년 11월 이후 6년 3개월 만이다.
또 시 주석이 마윈을 만난 것은 중국공산당이 경제 성장을 위해 민간 부문에 대한 지지를 강화한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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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마윈은 2020년 10월 왕치산 당시 국가 부주석을 비롯해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한 포럼에서 금융당국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이는 당국이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마윈의 발언 직후 그해 11월 예정됐던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의 상장이 전격 무산됐고, 알리바바는 핵심 수익창출원이었던 인터넷 소액 대출과 금융투자상품 판매 중단을 강요받았다.
또한 마윈이 공개 석상에서 사라진 뒤 2년여간 해외를 전전하는 동안 당국은 알리바바에 대한 조사를 벌여 수조원대 벌금을 부과했다.
이날 행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이후이자 올해 경제성장 목표와 이를 뒷받침할 경제 정책이 발표되는 다음 달 초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열렸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3차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제14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14차 회의가 오는 24∼25일 열리는데, 상무위 회의 안건에는 민영경제촉진법 초안 심의가 포함됐다.
프레드 후 프리마베라캐피털그룹 설립자 겸 회장은 로이터에 "중국 경제의 중추이자 성장 엔진인 민간 부문은 최근 몇 년간 정책 및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타격을 입었다"라면서 "시 주석이 민간 기업가들과 회동한 것은 민간기업에 대한 정책에서 주요 방향 수정을 분명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 성장과 기술 자립을 위해 기업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며 "마윈 등을 부른 것은 탄압이 끝났다는 신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