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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해외원조 중단에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 지원 끊겨
기사 작성일 : 2025-02-18 19:00:58

베트남전 불발탄 제거 작업


2022년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베트남 중부 꽝찌성에서 진행 중인 베트남전 불발탄 제거 작업에 대해 설명을 듣는 모습. 2025.02.18[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 박진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외 원조 중단을 밀어붙이면서 베트남에서도 USAID의 지원으로 진행돼온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 지원, 불발탄 제거 등 사업이 중단됐다.

이에 베트남 내 피해자들이 반발하고, 베트남 정부는 사업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에서 USAID의 자금 집행 중단으로 고엽제 피해자 지원, 불발탄 제거 등 베트남전 피해 지원 사업이 멈춰 섰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1991년부터 고엽제와 불발탄의 피해를 입은 베트남 지역의 장애인들을 위해 총 1억5천500만 달러(약 2천235억원)를 지원해왔지만, 이제 지원이 끊긴 것이다.

베트남전 격전지인 중부 꽝찌성에서는 불발탄 제거 사업이 중단되면서 제거 작업을 맡은 노동자 약 1천 명이 일손을 멈췄다.

꽝찌성은 베트남전에 따른 집속탄 등 불발탄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꽝찌성 지뢰대책센터에 따르면 약 620㎢ 넓이의 땅이 불발탄으로 오염됐다.

그 결과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꽝찌성에서만 불발탄으로 3천432명이 숨지는 등 8천540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간 미국의 지원 등에 힘입어 약 380㎢ 넓이의 땅에서 불발탄이 제거됐고 83만여개의 폭발물이 안전하게 폐기됐지만, 여전히 불발탄 위협이 심각하다고 꽝찌성 외교부는 밝혔다.

꽝찌성 외교부는 불발탄 제거 사업이 지역 사회의 안전을 보장하고 토지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이라면서 국제기구와 협력해 미 행정부에 자금 지원 재개를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와 미군


2018년 3월 7일(현지시간) 베트남 중부 다낭을 방문한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 승무원들이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들과 교류 행사를 하는 모습. 2025.02.18[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 행정부가 벌여온 고엽제 피해자 지원 사업도 이번에 중단됐다.

2세대 고엽제 피해자인 응우옌 티 응옥 지엠은 척추 등 온몸이 뒤틀린 채 태어났지만, 2022년 USAID의 도움으로 받은 그래픽 디자인 교육에 힘입어 취업에 성공했다.

지엠은 몇 달 전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을 때도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소액 대출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USAID 사업 중단 소식을 듣고는 "말이 안 된다"면서 큰 충격을 나타냈다.

그는 NYT에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는 미국에서 왔다. 여기서 사용돼서 우리를 피해자로 만들었다"면서 "우리 같은 사람에게 적은 지원은 큰 의미지만 동시에 미국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전 기간 미군이 뿌린 고엽제로 인해 최대 300만 명의 베트남인이 영향을 받았으며, 이 중 심각한 발달 장애를 갖고 태어난 어린이가 15만 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의 지원 중단과 관련해 팜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과 미국이 지난 몇 년 동안 USAID를 포함한 다양한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전쟁 여파 완화와 같은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도움이 베트남에 많은 혜택을 주고 지역사회에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줬다면서 USAID의 지원 사업, 특히 불발탄·지뢰 제거 등이 중단되면 현지 주민과 주변 환경의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USAID에 대한 미국의 결정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항 대변인은 덧붙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원조 프로그램의 자금 지출 등을 90일간 동결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놓고 USAID를 사실상 폐지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반발하는 가운데 미 연방법원에서는 USAID 구조조정 실행계획 일부를 중단하고 이전 정부 때부터 진행된 해외 원조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하라는 판결이 잇따라 나와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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