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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속 매물 쏟아져…중견기업들 M&A 잇따라
기사 작성일 : 2025-02-20 07:00:17

대명소노, 티웨이항공 경영권 인수추진


(영종도= 이진욱 기자 =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경영권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대명소노그룹은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이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경영개선을 요구하고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 및 주주제안을 전달하는 등 경영 참여를 본격화한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사진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티웨이항공 탑승카운터 모습. 2025.1.23

강애란 차민지 기자 = 불황과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굵직한 중견기업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대명소노그룹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웅진 등의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 시선을 끈다.

20일 연합인포맥스가 취합한 지난해 국내 100억원 이상 규모의 주요 인수·합병(M&A) 완료 건수는 474개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통상 M&A는 경기가 좋고 금리가 낮을 때 활발하다. 최근에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인수자금이 충분하거나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가 강한 기업들의 인수 수요가 맞물려 M&A 협상이 이뤄지는 사례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국내 18개 호텔·리조트를 운영하는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1천760여억원을 투입해 티웨이항공[091810] 지분 26.77%를 확보한 데 이어 최대 주주인 예림당과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예림당 측은 티웨이항공 지분 30.06%를 들고 있다.

티웨이홀딩스는 "최대 주주인 예림당이 대명소노와 티웨이홀딩스, 티웨이항공 경영권 매각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11일 8천700억원을 들여 급식업체 아워홈 지분 58%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호텔의 식음료 사업 부문 역량 강화와 식음·숙박사업 등 다른 사업 부문과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아워홈 인수에 나섰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대명소노와 한화호텔의 M&A 추진은 기업의 핵심역량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다각화' 움직임"이라며 "리조트 사업과 항공업, 호텔사업과 식품업의 시너지를 기대할 텐데 당장의 이익을 바라기보다 미래를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승환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가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국내 중소·벤처기업 M&A 현황'을 보면 지난 2021∼2023년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한 M&A 807건 가운데 인수한 기업과 인수 대상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 분야가 동종이거나 유관한 경우가 평균 51%를 차지했다.

오랜 기간 사업 확대를 고심해온 웅진은 지난해 말부터 상조업계 1위 기업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추진해오다가 지난 17일 사모펀드 VIG 파트너스로부터 우선협상권을 부여받았다. 이번 인수대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프리드라이프 기업가치는 1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웅진은 주 사업인 교육 분야의 성장 한계로 신사업 발굴에 애를 써왔다. 2023년에는 2차전지 장비업체 이큐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까지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협상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홍승환 회계사는 "M&A 시장은 전반적으로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꺾이기 시작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며 "최근 금리나 경기 위험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지면서 움츠리고 있던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들이 M&A 시장에서 인수자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그룹


[웅진그룹 제공=]

불경기에는 경기 회복기나 활황 시기보다 매물로 나온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될 위험이 낮다는 점이 인수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반면 경기가 호황일 때는 사들이려는 기업에 대한 기대 수익이 높아 고점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무리한 차입으로 기업을 인수한 이후 금리가 오르거나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닥치면 부채 부담은 커지고 수익은 기대에 못 미쳐 다시 매물을 토해내는 사례도 빈번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웅진그룹도 시장가보다 비싸게 극동건설을 인수했다가 지주사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구조조정을 겪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도 6조4천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그룹 자체가 해체되는 수난을 겪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금을 확보한 기업들은 불경기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매각 가격이 비교적 낮게 책정됐을 때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기도 한다"며 "인수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이나 리밸런싱(재조정) 기회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모히건 인스파이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가 어려워지면 비효율 자산이나 계열사를 처분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긴축 경영을 하는 기업들도 많다.

호텔롯데는 자산 유동화를 추진하며 4성급 호텔인 L7과 시티호텔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 L7 4곳과 시티호텔 7곳 등 모두 11곳이 운영 중이다.

야심 차게 추진해오던 신사업 경영권을 금융부담과 실적 부진 지속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넘기는 경우도 있다.

최근 미국 모히건사가 인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인스파이어) 경영권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로 넘긴 것이 대표적이다. 모히건은 베인캐피탈과의 대출 약정을 지키지 못해 경영권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인스파이어는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작년 9월) 연결기준으로 매출 2천190억원을 올렸으나 1천5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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