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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LA서 출발한 태평양 요트 횡단 원정대…92일만에 인천 도착
기사 작성일 : 2023-06-04 14:00:31
손 흔드는 원정대원들


[촬영 송승윤]

(인천= 송승윤 기자 =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부터 태평양 요트 횡단을 시작한 원정대가 종착지인 인천에 도착해 92일 만의 여정을 끝마쳤다.

지난 3월 4일(현지시간) 미국 LA 마리나 델 레이(Marina Del Rey)항에서 출발한 이그나텔라호는 4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중구 을왕동 왕산마리나 해상계류장으로 들어왔다.

92일간의 여정에 남진우(63) 미주한인요트클럽 회장과 유도열(69), 박상희(54), 조셉 장(49) 등 4명의 대원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종착지인 인천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항구에 정박한 요트에서 내린 대원들은 감격스러운 듯 연신 주변을 둘러봤다. 이날 인천시 요트협회도 원정대를 환영하기 위해 요트 3척을 해상에 띄워 이들을 마중 나갔다.

대원들의 가족과 친구 등도 원정대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기 위해 항구를 찾았다. 인천시와 요트협회는 '연어의 귀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환영 행사도 준비했다.

이그나텔라호는 남 회장과 부인의 천주교 세례명을 각각 따서 이름을 붙인 대양 항해용 요트다. 약 1만4천㎞의 항로를 원정대와 함께했다.

태평양 요트 횡단은 남 회장의 오랜 꿈이었다. 마침 올해가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은 해였고 이를 기념해 1903년 이민 선조들이 미국에 도착한 항로를 거슬러 가며 태평양을 건너기로 했다.

대원들도 이런 뜻에 동참했다. 한국에 살던 박 대원은 지인을 통해 우연히 이런 계획을 전해 듣고 LA까지 가 요트에 몸을 실었다.

당시 이민 선조들은 미국 상선인 갤릭호를 타고 인천 제물포항에서 출발해 통영, 사이판, 하와이 등을 거쳐 LA에 도착했었다. 이번 여정에서 원정대도 사이판과 하와이, 통영 등을 중간 기착지로 거쳐 왔다.

인천 도착한 원정대원들


[촬영 송승윤]

박 대원과 조셉 대원은 비자 문제 등으로 하와이에서 한국에 먼저 들어왔고 지난달 27일 통영에서 다시 합류했다.

이들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캄캄한 밤 불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나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기름이 부족한 상황에서 바람이 없는 무풍지대를 맞닥뜨리기도 했다. 전기 문제로 싣고 온 냉장고와 음식들을 버리기도 했다.

남 회장은 "이렇게 오래 배를 타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했지만 무사히 도착하게 돼 다행"이라며 "시야가 확보되지 않거나 태풍급의 강풍을 만나는 상황도 있었지만 선잠을 자면서 이를 헤쳐왔다"고 말했다.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원정대가 들린 곳마다 한인들이 이들을 반겨줬다. 음식이나 기름 등이 부족할 때마다 현지 한인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원정대는 한국인의 정이 어떤 것인지 몸소 느꼈다고 한다.

남 회장은 "하와이에선 선조들의 발자취와 역사를 공부하고자 이들이 묻힌 묘지에도 가봤고 역사적인 현장을 답사하기도 했다"면서 "오는 길에 들린 곳마다 한인회가 우릴 환영 해줬고 한국인으로서 끈끈한 민족애를 느끼며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트가 대중적으로는 아직 생소한 스포츠이지만 낭만과 역동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취미인 만큼 이런 도전이 많은 이들에게 요트를 전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시는 오는 5일 개청을 앞둔 재외동포청 공식 출범 기념행사에서 원정대의 태평양 요트 횡단 성공을 축하하는 행사와 함께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원정대는 행사에 참석한 뒤 이그나텔라호를 정박한 상태로 우선 출국한다. 구매 희망자가 나타날 경우 한국에서 해당 요트를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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