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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못 가게 옷 벗겨라" 5·18 계엄군 지휘관이 지시
기사 작성일 : 2024-04-02 16:00:39

5·18 계엄군 (PG)


[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광주= 정다움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붙잡힌 여성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옷을 벗기거나 연행·구금된 여성을 성폭행하는 등 계엄군의 성폭력 만행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2일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건을 조사한 개별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계엄군은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폭행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위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시민을 폭행하면서 옷을 강제로 벗기거나 추행했고, 이 과정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옷을 벗기라"는 현장 지휘관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지휘관은 "남자들은 진압봉으로 머리를 때리고, 여자들은 웃통을 벗겨버려라"며 "옷을 벗기면 다음에는 창피해서 시위에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다는 당시 계엄군의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연행자를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야산 등지로 끌고 가 집단 성폭행하기도 했고, 구금된 여성의 옷을 벗긴 채 심문하기도 했다.

계엄군이 소지했던 대검이나 날카로운 도구는 피해 여성을 겁박하거나 옷을 찢는 용도로 사용됐다.

조사위는 1980년 5월 18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19개의 피해 사례를 조사해 이러한 성폭력 피해가 확인된 16건을 진상규명 결정했다.

당초 조사 대상은 모두 52건이었지만 피해자 사망, 소재 파악 불가, 진술 거부 등 이유로 33건은 조사하지 못했다.

일부 위원들은 진상규명 결정된 일부 사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종협·이동욱·차기환 위원은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진상규명으로 결정하려면 어느 정도 구체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피해자 중심의 접근 원칙을 내세우며 '성인지 감수성' 이론을 차용해 진상규명으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규명 결정된 16건 중 합의로 결정된 사건은 3건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13건은 인정 근거가 미약해 반대했지만 표결로 진상규명 처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국방부가 공동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2018년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 17건을 규명했고,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공개 사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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