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전북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 백도인 기자 =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이번에는 노조 사무실 이전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전북 교육을 이끄는 주요 주체들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교육 현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19일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자료를 내 전교조 전북지부를 맹공격했다.

전북교육청은 자료에서 "전교조 사무실을 불가피하게 학생 생활교육 공간으로 써야 해 이전을 요청했다"면서 "그런데 이에 대해 강제 퇴거 통보,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악의적인 선전 선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통의 기본을 망각한 채 무조건 반대와 왜곡, 선동만을 한다"며 "왜 대화를 거부하고 시위 선동으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일으키냐"고 거칠게 비난했다.

공공 기관이 노조를 상대로 낸 자료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원색적이고 직설적이었다.

전북교육청에서조차 '건너오지 못할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전교조도 가만있지 않았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즉각 입장문을 내 "학생을 위한 공간이라고 하지만 어른들의 사무공간으로 쓰려는 것"이라면서 "명백한 노조 탄압인데도 언론의 눈과 귀까지 기만하려 든다"고 반박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제공]

전교조는 "공식적인 설명이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무실을 비우라고 통보해왔다"면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노조에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에 기가 막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협의를 통해 원만히 이뤄졌던 노조 사무실 이전이 전면전의 불씨로 비화한 것은 그동안 쌓인 앙금이 그만큼 컸음을 방증한다.

실제 양측은 서거석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지난 2년여간 주요 현안을 놓고 끊임없이 부딪혀왔다.

학력 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서 교육감과 진보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삼은 전교조의 갈등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단체협약 갱신을 놓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불신과 반목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전교조는 급기야 전북교육청에서 한 달이 넘도록 천막농성을 벌이며 하루가 멀다고 성명과 논평을 내 서 교육감을 직격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수뇌부도 전교조에 대해 '해도 너무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데다 물밑 대화마저 끊긴 상태여서 양측의 대립은 갈수록 더욱 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도내 한 교육계 관계자는 21일 "양측 모두가 상대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와 노력도 없어 보인다"며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전북 교육을 이끌어가는 주체들의 싸움이 장기화하며 교육 현장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수습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