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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외국인 가사관리사', 본사업 전 충분한 연구 필요하다
기사 작성일 : 2024-10-03 16:00:34

필리핀 가사관리사 인천공항 입국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 8월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모습. [공항사진기자단]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가운데 시작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3일로 한 달째를 맞았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함께 추진한 이번 시범사업은 과도한 육아 부담을 외국인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관심 있게 시작됐지만, 그간 여러 논란을 낳기도 했다. 시범 사업 초반에 불거진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미비점은 조속히 보완하거나 개선해야 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으로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이 서울시 169가정에서 일하고 있다. 한 달 전인 9월 3일 100명이 142가정에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24가정이 서비스 개시 이후 중도 취소를 했다고 한다. 대신 신규로 51가정이 신청해 매칭됐다고는 하지만, 한 달 사이 중도 취소 가정이 24가정이나 된 점은 원인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요 취소 사유는 변심, 시간 조정의 어려움 등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15일에는 가사관리사 2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일도 있었다. 이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는데, 그 배경에는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족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탈 사실이 알려진 뒤 마련된 긴급간담회에선 오후 10시로 돼 있는 숙소의 '통금'이나 이동·대기시간 등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이번 시범사업이 심각한 저출생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과도한 육아 부담을 현실적으로 덜어줄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가 나와야 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의 임금수준을 둘러싼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루 8시간 전일제 근무를 기준으로 이용가정이 지불하는 금액은 약 월 238만원인데, 30대 가구의 중위소득(509만원)의 절반에 가까워 너무 비싸다는 지적은 사업 초기부터 나왔다. 이 때문에 홍콩, 싱가포르 사례처럼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을 낮추거나 최저임금 차등적용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해결책이 아니다. 당장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국제기준(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 등에 배치된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고,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을 더 낮추면 더 높은 임금을 주는 업종으로 이탈이 더 많이 발생해 불법체류의 통로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셈인데, 모두가 바람직하고 만족할 해법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외국인 가사관리사 1천200명을 추가로 들여올 계획을 밝힌 상태인데, 본사업 착수 전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한 평가와 보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초 기대했던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우선 이용자나 외국인 가사관리사, 노동계 등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고 깊은 연구와 검토를 통해 목표했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업으로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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