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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별 중 너를 선택"…한글백일장 장원에 독일 나탈리
기사 작성일 : 2024-11-02 09:00:30

'제30회 한글백일장'에서 수상한 나탈리 씨(오른쪽)와 이석재 연세대 언어연구교육원장


[연세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율립 기자 = "수많은 별들 중에서 나는 너를 선택했고…나는 그저 달이고 너에게는 단지 소행성이다."

많은 별 중에서 눈에 띄는 별. 태양과 중력에 이끌려 그 주위를 맴도는 소행성, 달. 운명은 우리를 스쳐 지나갈까, 너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까.

578돌 한글날을 기념해 열린 연세대 한국어학당 '제30회 외국인 한글백일장'의 장원(연세대 총장상)은 독일에서 온 나탈리(24)씨에게 돌아갔다. 나탈리 씨는 놀란 듯 연신 손으로 입을 가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작을 낭송했다.

시상식은 지난 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국어학당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국어학당은 모든 수상자를 초대하면서도 어떤 상을 받는지는 비밀에 부쳤다.

나탈리 씨는 와 인터뷰에서 "어떤 상을 받는지는 정말 몰랐다. 행복하고 혼란스럽다"면서 "놀라서 갑자기 한국어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잊을 정도"라며 웃었다.

그의 작품은 사람 사이 사랑을 별과 태양, 중력에 비유한 시.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써 내려갔다고 했다.

나탈리 씨는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사귈 수 없을 것 같은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상을 받은 덕에 그에게 이 시를 보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심사위원장인 김현주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시선이 우주 차원으로 확장돼 깊은 울림을 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5월 경주를 찾은 나탈리 씨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재학 중인 나탈리 씨는 오스트리아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2년 전 서울에 여행 온 뒤로 미래가 완전히 바뀌었다.

나탈리 씨는 "12살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들으며 한국을 알게 됐다. 처음 여행 왔을 때 편의점, 노래방도 많고 생활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화학 공부가 지루했고, 한국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1년 6개월이 된 그는 한국에서 의사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공상과학(SF) 소설을 쓰는 것도 꿈 중 하나다.

나탈리씨는 "SF 팬이라서 해와 달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는 '햇빛'"이라고 했다.

백일장은 시와 수필 부문으로 나뉘었으며 각각 별, 정류장이 주제였다. 66개국 1천400여명의 외국인과 교포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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