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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찬바람] ②구세군·공동모금회 등 목표 달성 '빨간불'(끝)
기사 작성일 : 2024-11-24 09:00:16

대구 동성로 '사랑의 온도탑'


[ 자료사진]

(대구= 김용민 기자 = 대구공동모금회 직원이 최근 연말을 앞두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부를 부탁하고자 지역 중소기업을 찾았다.

평소 '희망 나눔 캠페인' 등 불우이웃 돕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업체여서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업체 담당자는 "올해는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공동모금회 직원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회사 상황이 나아지면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며 뒤돌아서야 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사회복지모금회, 구세군 등 이웃돕기 성금 모금 단체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다음 달부터 2개월간 펼치는 올해 '희망나눔 캠페인'의 모금 목표액을 지난해와 같은 106억2천만원으로 잡았다.

대체로 모금 목표액은 전년도보다 2%가량 높여 잡아 왔으나 고물가, 저성장 국면에서 목표액 상향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IMF 직후인 1998년부터 지금까지 26년간 희망나눔 캠페인을 벌여 왔지만 올해처럼 목표액을 전년도와 같이 설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모금회 측 설명이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단순히 먹고 살기 힘들다고 모금액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3년 전인 2021년 연말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서로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이웃돕기에 나서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 해 전보다 15억 정도 기부금이 더 걷히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3년 전과 마찬가지로 경기가 좋지 않지만 십시일반의 기부 바람은 좀처럼 불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대구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 기부했거나 기부를 약속한 '아너스클럽' 회원은 10명에 그쳤다.

매년 20명 넘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달 말부터 자선냄비 운영을 시작하는 구세군도 사정은 비슷하다.

구세군 대구경북지방본영은 올해도 대구 20곳, 경북 18곳에 자선냄비를 걸어 놓고 세밑 따뜻한 정성을 모을 계획이다.

올해 모금 목표액은 2억원으로 역시 작년과 동일하다.

더 올려 잡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에도 목표액(2억원)에 육박하긴 했지만 달성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도 목표액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어 고민이 적지 않다.


여러모로 포근한 겨울. 자료사진


(대구= 윤관식 기자 = 포근한 날씨를 보인 8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가벼운 옷차림을 한 시민이 구세군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고 있다. 2023.12.8

경기가 안 좋은 데다 금리와 물가가 높다 보니 기부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구세군은 내다봤다.

여기에다 요즘에는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일반적이다 보니 거리에 걸린 냄비에 쌓이는 지폐와 동전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다행히 최근 들어 기업체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거리 모금의 어려움을 상쇄하고 있다.

그러나 구세군 등 NGO에 기부할 경우 공동모금회에 비해 세제 혜택이 작아 기업체 기부 속도가 적잖이 더딘 상황이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또한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연간 일반회비 모금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3천700만원 줄어든 19억1천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적십자사는 최근 5년 이내 고지서를 받고 한 푼도 내지 못한 개인이나 기업을 모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모금 목표액을 설정한다.

최근 10년 통계에 의하면 1년 모금 목표액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구지사 측은 밝혔다.

최근 들어 대구지역에서 적십자 회비를 내지 못한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대구지사 관계자는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만큼 모금 목표액을 설정하는데 가계나 기업이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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