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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문제 해결·실무 '두 마리 토끼' 잡은 전북대 주거환경학과
기사 작성일 : 2024-12-03 13:01:15

왼쪽부터 장미선 교수, 김경섭·김하은·윤재호 학생, 최병숙 교수


[촬영 나보배]

(전주= 나보배 기자 = "그룹홈 시설이지만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집처럼 느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엔 무심하던 청소년들이 시공을 도와줬을 땐 정말 뿌듯했어요."

전북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김경섭(24) 학생이 3일 지난 1학기에 참여했던 '양지뜸 청소년 그룹홈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떠올렸다.

주거환경학과는 주택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생활공간을 사용자 관점에서 디자인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과다.

전국에 비슷한 전공을 가진 학과들이 많지만, 전북대 주거환경학과는 도면 그리기에 그치지 않고 학부생들이 직접 설계와 시공에 참여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양지뜸 청소년 그룹홈 리모델링을 포함해 8건의 공간개선사업을 완료했고 2학기에도 2건의 노인주택 공간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다.


영생경로당 입주식


[전북대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1960년대에 지어졌던 영생경로당을 대상으로 한 공간개선사업은 노인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해 지역사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영생경로당은 스무명의 어르신이 꾸준히 이용하고 있었는데, 여름철이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 때문에 이불이 금세 눅눅해질 만큼 노후했다.

당시 시공을 도왔던 윤재호(24) 학생은 "가장 심각한 건 습기였다"며 "이 문제 해결을 주안점으로 하되 현관 문턱을 제거하는 등 어르신들이 생활하기에 편한 환경을 만들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생경로당 사업에 참여하면서 한국은 빠른 고령화 속도에 비해 노인을 위한 주거 환경은 열악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노인주거와 관련한 연구를 깊게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참여 학생들의 소감을 듣던 장미선 지도교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경로당을 개선할 경우 가장 시급한 문제점 한 가지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여기에 더해 전공자들의 시각으로 더 넓게 보며 사용자 요구에 기반한 공간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개선 작업 중인 주거환경학과 학생들


[전북대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도교수에게도 학생들과 함께 실습 위주의 사업을 진행해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공간복지를 실현할 대상자를 찾는 것부터 난관이다. 이후 대상지를 방문하고 실측, 사용자 인터뷰와 디자인 과정까지 학생과 교수가 모여 수십 번의 회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완성된 공간을 보고 만족해하는 대상자와, 실습으로 진로를 구체화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사업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김하은(22) 학생은 "공간개선을 위해 디자인을 완료했는데 이런 디자인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힘이 빠지곤 한다"며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재밌다. 그래서 인테리어디자인 쪽에 관심을 두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현안에 참여한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본인의 역할을 고민하는 어른으로 자라는 것도 큰 성과다.

최병숙 학과장은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폐교된 서남대 부지에 계획한 글로벌 캠퍼스 기숙사, 남원 공공산후조리원,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등 지역과 대학이 필요로 하는 공간에 대해 설계한다"며 "국립대학으로서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대학육성사업 등을 통해 예산을 받아 이용하고 있지만 머릿속으로 그려뒀던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늘 지원금이 부족하다"며 "사업비가 늘어 공공의 영역이 미처 닿지 못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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