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병원에 설치된 고압산소치료 체임버 내부 모습
[촬영 장지현]
(울산= 장지현 기자 = "가압 시작합니다. 힘들면 말씀해주세요."
30일 울산 남구 신정동 울산병원 지하에 위치한 지역 유일의 고압산소치료센터에 치료 체험을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 따르면 개소 후 평일 기준 일평균 20∼30명이 치료 체험을 위해 센터를 찾았다.
개인 방문은 거의 없고,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 단체 단위 체험이다.
센터 개소 이튿날인 지난 27일 기자가 직접 체임버에 들어가 이 치료를 체험했다.
고압산소치료는 밀폐된 공간인 체임버 내부 기압을 정상압(1기압)의 2배 이상으로 만든 뒤, 환자들이 산소마스크를 통해 농도 100%의 고순도 산소를 마시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이렇게 흡입한 고순도 산소는 체내 혈액에 녹아들어 혈장 내 산소농도를 10∼15배가량 증가시키고, 모세혈관을 통해 인체 구석구석까지 공급된다.
결과적으로 뇌, 심장, 피부 등 저산소증을 겪는 조직세포에 산소를 공급해 회복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높은 수압으로 체내 질소가 방출되지 못해 생기는 잠수병, 밀폐공간에서 일산화탄소가 혈액에 결합하는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에는 혈중 산소농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가 필수적인 처치로 꼽힌다.
이외에 화상, 당뇨성 족부궤양, 돌발성 난청 등 만성질환에도 조직세포의 재생을 도우며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압산소치료 체험하는 기자
[병원 관계자 제공]
걱정 반, 기대 반을 안고 들어선 체임버에는 의자 8개가 4개씩 두 줄로 마주 보고 있었고, 각 의자 위쪽엔 산소마스크가 연결돼 있었다.
의자와 의자 사이 통로 너비도 넉넉해, 1인용 침대 정도는 거뜬히 들어올 수 있을 듯했다.
관계자는 "일산화탄소 중독 등 의식이 없는 응급환자의 경우 내부 공간에서 침대에 누운 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공기 주입을 위해 병원 관계자가 체임버 문을 완전히 닫아 밀폐 상태로 만들었다.
외부와의 기압 차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체임버 안에선 문을 열 수조차 없게 돼 있었다.
가압이 시작되자 많은 양의 공기가 한꺼번에 주입되며 굉음이 들려왔고, 내부에 설치된 기압계에는 영점에 있던 바늘이 서서히 시계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걱정대로 기압변화가 피부로 느껴지진 않았지만, 비행기를 탈 때처럼 귀가 막히며 먹먹해졌다.
이에 미리 안내받은 대로 물을 마시거나 침을 여러 차례 삼키자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압산소치료 특성상 기압 차로 인해 귀가 먹먹해지는 '이충만감'이 들 수 있는데, 이때 코와 입을 막은 채 호흡하는 이른바 '발살바 호흡'이나 침을 삼키는 등의 행위가 증상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관계자 설명이다.
이어 매분 0.2∼0.3 기압이 올라갈 때마다 상태가 괜찮은지 묻는 관계자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괜찮아요"를 서너번 반복한 끝에 7분 뒤 목표 기압인 2기압에 도달했다.
고압산소치료 체임버 내부 기압을 제어·모니터링하는 설비
[촬영 장지현]
목표 기압에 도달한 뒤 산소마스크를 쓰고 나니 체임버 내부를 구경할 수도, 고개를 움직일 수도 없었다.
통상 고압산소치료에는 1∼2시간이 소요되는데, 긴 시간 치료받는 환자들을 위해 체임버 내부엔 예능 프로그램 등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4대 설치돼 있다.
30분가량 치료를 체험한 기자도 모니터 덕분에 큰 지루함은 느끼지 못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소를 마시다 약 13분 만에 체임버에서 공기를 빼는 '감압'이 시작됐다.
감압하는 동안에도 마스크는 계속 착용한다.
가압 때와 마찬가지로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었지만, 한 번의 경험을 통해 전보다 수월하게 증상을 해소했다.
감압 약 10분 뒤 1기압에 도달했고, 체임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날 치료 전까지만 해도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치료 체험 후 실제로 두통이 줄어들고 머리가 맑아지는 듯했다.
울산에 고압산소치료 장비가 운용된 건 울산대병원이 적자 탓에 관련 장비를 폐기한 2011년이 마지막이다.
이후 13년간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한 울산지역 환자들은 부산이나 대구, 창원 등지로 옮겨져 치료받아 왔다.
실제로 올해 7월 울산의 한 마트에서 직원 3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가 났는데, 지역 내 고압산소치료 설비가 없어 약 1시간 30분 거리인 창원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야 했다.
이에 울산시가 지난 4월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고압산소 치료 장비 지원사업' 공모를 냈고, 운영기관으로 울산병원이 선정됐다.
울산시가 2억원, 병원이 3억5천만원을 투입해 장비 구입과 시설 리모델링 등을 했고 지난 26일 센터를 개소했다.
울산병원은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0일부터 센터를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병원 관계자는 "시범 운영 기간엔 공공기관 등 단체를 통한 체험 신청만 받고 있다"며 "실제 치료 투입은 식약처 승인을 거친 뒤 내년 1월부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