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출근하는 오동운 처장
(과천= 류영석 기자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5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2025.1.5
(과천= 권희원 전재훈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집행 재시도 시점과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날 오전 공수처는 전날에 이어 외견상 별다른 움직임 없이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오동운 처장은 오전 9시43분께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1차 집행 시도가 있었던 지난 3일에는 오전 6시 이전부터 직원들이 분주히 차량에 물과 방한용품 등을 실은 뒤 6시14분께 검사·수사관 20명 가량이 탑승한 차량 5대가 청사를 출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까지도 공수처 내부에서는 재집행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지는 않고 있다.
공수처가 지난달 31일 발부받은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6일까지다.
하루 남짓밖에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공수처가 이날 오후 중 공조수사본부 차원에서 경찰의 협조를 받아 영장 재집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료일인 6일에 재집행에 나서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소재 파악을 위해 체포영장과 함께 발부받은 수색영장에는 일출 전·일몰 후 집행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 이날 야간 중 재집행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사정 변경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오늘이나 내일이나 사실상 마찬가지라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결국 상황 변경이 없다면 충돌 가능성을 감수하고 '강공'에 나설 것이냐 하는 선택 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날 집행을 재시도해도 대통령 경호처가 협조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할 경우 난항이 예상된다.
또 공수처는 전날 5시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의 협조 지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최 대행은 아직 회신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불발
(과천= 이정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돌아오고 있다. 2025.1.3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와 경찰력 투입·지휘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영장 집행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외곽에서 입장을 대변해 온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도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서부지법의 판사 1명이 짧은 시간 검토만으로 서명 발부한 체포영장 하나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의 적법성을 확인해 줬다거나 사법부의 판단이라고 속단해서는 절대 안된다"며 "공수처가 현재 벌이고 있는 내란죄 수사는 명백히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관저에 사실상 유폐된 윤 대통령을 대신해' 답변하고 있다는 석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의 민주주의와 권리의식에는 안맞는 일이고, 정치시간이 윤 대통령 편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악수였고 패착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법이 정한 기준과 절차, 반대신문이 보장된 법원의 심리 판단 절차 없이 대통령을 범법자로 단정해 체포 구금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공수처와 함께 공조수사본부에 참여하는 경찰은 전날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에게 다시 소환조사를 통보하며 경호처의 영장 집행 저지를 문제삼고 있다.
경찰은 3일 집행이 불발되자마자 박 처장과 김성훈 차장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박 처장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박 처장을 현장에서 체포하려는 경찰을 만류하며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1차 영장 집행이 실패하며 강제력을 동원할 명분이 쌓인 만큼 공수처도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 체포가 불가하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 아니다. 행위의 수준 등에 대한 현장 판단에 따라 체포가 필요하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측이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공수처와 영장 재집행 여부와 과정에 관해 물밑으로 조율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공수처에는 현재까지 변호인 선임계가 접수되지 않았으며 협의 요청도 전달된 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PG)
[윤해리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공수처는 금명간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서는 방안뿐 아니라, 체포영장 유효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봐 법원에 사유를 소명하고 체포영장을 재청구해 발부받는 방안이나 아예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속영장은 혐의의 소명 정도가 체포영장보다 더 강한 데다,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배보윤 변호사가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다 받을 것"이라고 말하며 구속영장 절차에는 응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어 신병확보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체포영장을 기각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구속영장의 경우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도 있고, 윤 대통령 측에서 구속영장 발부 절차나 집행에 대해서도 체포영장과 마찬가지로 불응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