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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논란' 베네수엘라, 미국인 등 외국인 무더기 구금
기사 작성일 : 2025-01-06 13:00:58

두 주먹을 쥐어 보이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혜림 기자 = 대선 부정선거 논란으로 미국 등 주변국의 비판을 받아온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최근 6개월 사이에만 50명이 넘는 외국인을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당국은 대선 개표부정 의혹으로 작년 7월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후 지금까지 최소 50명의 외국 여권 소지자를 간첩·테러 등 혐의로 체포했다.

구금된 외국인 중에는 미국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은 최근 몇 차례 기자회견에서 체포된 미국인이 7명이 넘는다고 언급했다.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포로 파넬'(Foro Panel)도 미국인 4명을 포함, 스페인, 우크라이나, 우루과이 등 국적의 외국인 19명이 당국에 구금된 사실을 자체적으로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마두로 정권의 외국인 구금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외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 대선 이후 베네수엘라 당국은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진짜 승자는 야권 후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때 마두로 정부와 '이념적 연대'를 표방하던 '멕시코·브라질·콜롬비아도 대선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마두로 대통령은 국제적 고립이 심화한 상황이다.

포로 파넬 소속 인권변호사 곤잘로 히미옵은 "외국인을 체포하는 것은 나중에 상대국이 협상 조건을 수락하도록 강요하거나 이들을 '거래 대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마두로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의식해 외국인 억류자를 '비축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구금된 미국인들을 일종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거나 이들을 석방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려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일 TV 연설에서 "나는 항상 존중과 대화, 협력을 기반으로 한 관계의 장을 넘길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22년에는 마약 밀매 혐의로 미국에서 징역 18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처의 조카 2명 송환을 대가로 베네수엘라에 구금 중이던 미국인 6명 등을 석방했다.

2023년에는 자신의 측근인 알렉스 사브를 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그와 미국인 수감자 10명을 맞교환한 적도 있다.

미국의 전직 외교관인 에릭 판스워스는 마두로 대통령의 외국인 구금은 "단순히 반(反)외국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것은 '당신이 우리를 화나게 하면 당신의 국민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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