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우크라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한국행 원하면 실현 가능할까
기사 작성일 : 2025-01-13 15:00:57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25.1.12 [젤렌스키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은정 기자 = 우크라이나가 생포한 북한군 1명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그가 한국행을 원하면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심문 영상에서 북한군은 "여기(우크라이나)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잔류 의사를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한국으로 가겠다는 뜻을 밝힌 적은 없다고 한다.

만약 북한군이 한국행을 원하면 우리 정부가 송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근거로 제시되는 건 우리나라 헌법이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북한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국가정보원이 13일 이같이 정보위에 보고했다고 전하면서 "국정원은 북한군도 헌법 가치에 의해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이라고 전했다.

포로로 잡힌 북한군이 한국으로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우크라이나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게 국정원의 입장이라고 이 의원은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생포한 북한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텔레그램 제공]

다만, 전쟁포로에 관한 국제법을 고려할 때 북한군이 한국행을 원하더라도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있다.

교전 중에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지체 없이 석방해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제네바 협약'(제3협약) 때문이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북한이 북한군의 파병과 전투 참여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생포된 북한군이 러시아군 소속으로 인정된다면 협약에 따라 전쟁포로 지위가 부여되고 러시아로 송환돼야 한다.

이 점을 알고 있는 정부는 북한군의 한국 송환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제법 등 법률적 검토와 함께 관계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현 단계에서 예단해서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생포한 북한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텔레그램 제공]

결국 북한군의 귀순 여부는 포로 교환 협상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응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한글로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추진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군인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북한군 포로를 풀어주는 대신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돌려받겠다는데 무게를 두는 듯한 모양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이러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후 국정원 측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사이 어떻게 다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 "양측 기관 간 협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진행 과정을 설명하긴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25.1.12 [젤렌스키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북한군이 신분을 숨기고 참전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북한 모두 자국군 소속이 아니라고 끝까지 주장한다면 이들이 전쟁포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엔 포로가 아닌 전쟁 범죄자로 우크라이나 형사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데, 이때 '범죄인 인도 조약'을 적용해 북한군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북한군 포로가 북한으로 송환되면 처형 등 심대한 인권침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제네바 제3협약에 관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주석서'에 의거, 북한군은 포로 송환 의무의 예외에 해당할 수 있다고 국제기구를 통해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에 따르면, 북한군 전사자가 소지한 메모에 북한 당국이 생포 이전 자폭·자결을 강조하는 내용이 있었다는 점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구심점을 잃은 정부가 외교적 역량을 모아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