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합의 반기는 이스라엘 시위대
(EPA 15일(현지시간) 저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시위대가 휴전 합의를 반기고 있다. 2025.1.16
(워싱턴·이스탄불= 조준형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이로써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15개월간 이어진 양측의 무력 충돌은 일단 멈춰섰다. 레바논과 예멘, 이란 등지로 분쟁이 번지며 확전일로를 걷던 중동 정세도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중재국 카타르와 하마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일단 42일간 교전을 멈춘 뒤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영구적 휴전을 논의하는 3단계 휴전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오는 19일 휴전이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고 아랍권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는 전쟁 발발 후 470일만이며, 1차 휴전이 파기된지 410일만이다.
그간 가자지구 분쟁 종식을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우리는 중동에서 인질들을 위한 합의(석방 합의)에 도달했다"며 "그들이 곧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내각은 16일 오전 휴전안을 승인할지 표결한다. 이스라엘 연립정부 내 일부 강경파 각료는 휴전에 반발하고 있지만 반대표를 던질지는 미지수다.
휴전 축하하는 가자지구 청년들
(로이터 15일(현지시간) 저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청년들이 휴전 합의 소식을 반기고 있다. 2025.1.16
합의안을 보면 하마스는 6주간 이어질 휴전 첫 단계에서 인질 33명을 석방하게 된다. 이 가운데 여성, 19세 미만 어린이 등을 먼저 풀어주고 그다음으로 50세 이상 남성을 풀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마스는 인질 중 생존자를 먼저 석방한 뒤 시신을 귀환시킬 계획이다. 일단 1주일에 3명씩 풀어주다가 휴전 기간이 끝나기 전에 나머지를 전부 석방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인질 귀환 작전을 '참새의 날개'로 명명하고 준비에 착수했다.
이스라엘은 석방되는 자국 민간인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을, 이스라엘 여성 군인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50명을 각각 풀어주기로 했다.
특히 2023년 10월 7일 이후 붙들린 팔레스타인 여성·어린이 수감자는 모두 석방한다.
이에 따라 풀려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총인원은 990∼1천650명 사이가 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추산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첫 단계에 가자지구에서 점진적으로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
또 전쟁 동안 피란길에 오른 가자 북부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귀환시키고, 휴전 기간 매일 트럭 600대 분량의 인도주의적 지원 물품이 가자에 반입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 가운데 트럭 50대는 매일 연료 운반에 할당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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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휴전 16일차가 되면 이스라엘 남성 군인 석방과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 의제를 포함하는 휴전 2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휴전 3단계까지 이르면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과 유엔이 감독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재건을 개시하게 된다.
최종 합의 직전 하마스가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경계를 따라 놓인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과 관련한 새 요구를 내놓으며 협상이 진통을 겪었으며, 이스라엘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결국 원안대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필라델피 회랑을 통해 무기를 밀수한다고 주장하며 휴전 후에도 이곳은 병력을 유지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줄곧 반대하던 하마스는 지난달 필라델피 회랑의 이스라엘군 주둔을 수용하겠다고 한발짝 물러섰던 바 있다.
이날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합의문에는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철수는 휴전 발효 후 최대 50일간 점진적으로 이뤄진다고 적혔다. 이는 휴전 1단계 내에 병력이 전부 빠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1천200여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데려갔다. 이 가운데 90여명이 가자에 남아 있다.
폐허 된 가자지구
(AFP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거리. 2025.1.16
허를 찔린 이스라엘은 이튿날 '철검' 전쟁을 선포하고 하마스 소탕전에 나섰다. 이후 하마스는 이스마일 하니예, 야히야 신와르 등 수장이 잇따라 살해당하며 지도부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무장대원 1만7천명 이상을 살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은 전쟁 한달여가 지난 2023년 11월 일주일 동안 휴전하면서 일부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했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면서 교전이 재개됐다.
이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후 이날까지 팔레스타인 주민 4만6천707명이 숨지고 11만26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외부 지원이 거의 끊기다시피 한 가자지구는가용 의료시설이 크게 줄고 25년만에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확인되는 등 공중보건 위기에 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