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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휴전] 인질 문제로 지각 발효…시작부터 살얼음판
기사 작성일 : 2025-01-19 20:00:57

가자 휴전안 승인 권고한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


[이스라엘 정부 공보국(GPO) 제공/타임스오브이스라엘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제네바= 안희 특파원 = 15개월의 전쟁 끝에 6주(42일)간의 휴전에 어렵사리 합의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아슬아슬 살얼음판을 걷던 지각 휴전에 돌입했다.

휴전 발효 시각을 2시간45분이나 넘기며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가 19일 오전 11시15분(현지시간)에야 가까스로 휴전을 발효했다.

휴전 발효를 지연시킨 쟁점은 인질 명단 제출 문제였다. 양측은 2023년 11월 일주일간 휴전하고도 시비 끝에 교전을 재개한 바 있는데, 당시에도 인질 및 수감자 교환을 둘러싼 갈등이 주된 배경이었다.

양측은 우여곡절 끝에 인질 귀환과 병력 철수 계획을 3단계로 설정한 이번 휴전 합의안에 도달했지만 이날 발효 지연 사례에 비춰 향후 합의 이행 과정에서도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앞으로도 숱한 위기가 잠복해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하마스가 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은 양측이 지난 15일 타결한 합의안에 따른 휴전 발효 시점이었지만, 발효를 늦추고 한때 교전 상태로 복귀한 셈이다.

하마스가 이날 석방을 약속한 인질 3명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휴전 발효는 늦춰졌다. 휴전안 타결 소식에 주민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던 가자지구에 다시 포성이 들렸다.

당초 휴전 합의상 이날 하마스는 여성 인질 3명을 시작으로 휴전 1단계에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북부에 기습 공격을 감행하며 끌고 간 인질 33명을 풀어줘야 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날까지 석방할 여성 인질의 이름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휴전 합의가 발효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하마스 측에서 인질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스라엘은 공습을 멈췄고, 양측은 휴전을 발효했다.

합의상 이스라엘은 1단계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대거 석방하고 2단계에서는 모든 인질의 송환을 대가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다. 3단계에서는 영구 휴전 및 가자지구 재건이 이뤄지는 것으로 계획이 짜여 있다.

이날 휴전 발효 지연 사태에서처럼 양측의 합의안 이행은 크고 작은 잡음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뿐 아니라 합의안은 전쟁의 한 축인 이스라엘 정치권에도 작지 않은 후유증을 남긴 상태다.

휴전안 타결은 이스라엘 극우 강경파의 반발을 불렀다. 강경파들은 하마스 궤멸이라는 전쟁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 한 휴전은 없다며 병력 철수를 내용으로 하는 휴전 2단계에 반대하고 있다.

급기야 극우 강경파 장관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휴전 승인 결정에 항의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벤그비르 장관이 대표로 있는 정당 '유대인의 힘'은 연정에서 탈퇴했다.

이에 따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익·극우 연정의 의석수는 68석에서 62석으로 줄었다.

2석만 더 이탈해도 의회 과반 의석(60석)이 무너지고 연정은 붕괴한다. 의석 7석을 갖고 연정에 참여 중인 민족종교당-종교시온주의당도 휴전안 2단계에는 반대하고 있어 네타냐후 총리의 권력기반은 그야말로 아슬아슬하다.

따라서 인질 명단 제출이 이뤄지고 휴전안이 발효한다고 해도 양측의 합의 이행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기 어려운 정치적 환경에 놓여 있다.

휴전 2단계는 순식간에 이스라엘의 연정 붕괴를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2단계 진입을 앞두고 이스라엘의 합의 이행 동력이 급격히 상실될 수 있다.

향후 양측은 인질 석방 명단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병력 철수 지역과 시기 등을 놓고 언제든 갈등을 표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휴전 발효 및 합의 이행과정을 놓고 양측이 당분간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거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그래픽] 가자전쟁 발발부터 휴전까지


원형민 기자 = 페이스북 tuney.kr/LeYN1 X(트위터) @yonhap_graph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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