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쇼 한국관에 마련된 아티젠스페이스 부스
(런던= 고상민 기자 = "엄마 목소리 그대로 책을 읽어준다고요? 그게 가능한가요?"
2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에듀테크 박람회 벳쇼(Bett Show)가 열리고 있는 영국 런던의 엑셀센터. 한국관 부스를 찾은 영국인 교사 일행의 발이 한동안 묶여 있었다.
이들 앞에는 태블릿PC 한 대와 아동용 서적 한 권이 놓여 있었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태블릿PC에선 책 내용이 음성으로 고스란히 흘러나왔다.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아티젠스페이스의 대표작 '북스토리'(bookstory) 애플리케이션 시연 장면이다.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이 앱은 탑재된 스마트 기기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어떤 언어의 책이든 문장을 모두 인식해 아이에게 읽어준다.
아빠든 엄마든 할머니든 30초만 녹음해두면 그 목소리 그대로 음성을 재현하는데,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무려 40개 국어에 달했다.
웅진씽크빅과 협업해 만든 이 앱은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옆 부스에선 시선 추적 기술에 기반한 읽기능력 측정 솔루션 '리드 포 스쿨(Read for school)'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내 스타트업인 비주얼캠프가 출시한 문해력 측정 소프트웨어로, 학생의 시선이 머무는 시간과 방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읽기 능력을 정밀히 분석해냈다.
이미 지난해 국내 초·중·고교 300곳에 판매했고, 한국어판의 성공으로 조만간 영어판도 발매할 계획이다.
투핸즈인터랙티브의 증강현실 실내운동 플랫폼 '디딤'
스타트업 투핸즈인터랙티브의 증강현실 실내운동 플랫폼 '디딤'(DIDIM)은 어느새 벳쇼의 단골 전시물이 됐다.
아이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게임을 즐기는 것이 핵심으로, 이미 영국 특수학교 3곳에 납품할 만큼 현장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이 업체는 2023년부터 벳쇼에 참가했는데 그 홍보 효과에 힘입어 2년새 매출이 3배로 뛰어올랐다. 작년만 해도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한국관에 부스를 차렸지만 올해는 대규모 단독관을 꾸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한국관 내에 자리 잡은 큐랩(Q-lab) 역시 가상현실 게임을 수학, 영어, 음악 등과 접목한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직접 발로 바닥에 있는 아이콘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주제별 미션을 해결하는 방식이라 실내 체육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국내 다수 유치원과 키즈카페, 어린이도서관에 납품하기도 했다.
큐랩 관계자는 "작년엔 벳쇼를 구경하기만 했는데 해외진출 가능성을 보고 올해 처음 참가했다"며 "리투아니아, 브라질, 영국 바이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초 이미지 점자 번역기인 '닷 패드'
한국관에서 꽤 떨어진 마이크로소프트(MS) 부스 한쪽에도 이른바 'K-에듀테크' 스타트업이 기세등등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세계 최초로 이미지를 점자로 번역한 '닷 패드'를 개발한 업체 닷(dot)이었다. 벳쇼 참가가 이번이 처음인 이 업체는 MS의 파트너솔루션 업체로 선정돼 초대형 규모의 MS 부스 별도 공간을 쓰고 있었다.
가령 닷 패드와 연결된 컴퓨터 화면에서 오리 이미지를 클릭하면 총 300셀로 구성된 점자판이 곧장 움직이면서 오리 모양을 만들어내는 기술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점자 번역기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이미지를 점자로 번역해낸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런 혁신적 기술에 MS도 우리를 파트너십사로 선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벳쇼에 공식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은 모두 24개 사로,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규모는 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은 기술 수준도 높지만, 무엇보다 사용자 편의성이 타국 업체들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벳쇼 참가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더 두터워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