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규제 풀고 메가 투자 유치…트럼프 '美中 AI 패권전쟁' 승부수
기사 작성일 : 2025-01-24 11:00:59

AI관련 행정명령 서명 후 취재진에 보여주는 트럼프


[워싱턴 로이터= 재판매 및 DB금지]

(워싱턴=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인공지능(AI) 관련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취임하자마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나흘째인 23일(현지시간) 'AI 관련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장애물 제거'로 명명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연설에서 미국을 제조업 초강대국이자 AI와 가상화폐의 '세계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지 몇 시간만에 이뤄진 조치였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전문은 "이 명령은 미국의 AI 혁신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AI 정책과 지침들을 철회해 미국이 AI에서 세계적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는 길을 트는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명령은 "미국의 정책은 인류 번영, 경제적 경쟁력, 국가안보를 촉진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미국의 AI 관련 압도적 지위를 유지 및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행동계획을 180일 이내에 수립할 것을 당국자들에게 지시했다.

결국 트럼프의 이날 행정명령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AI 패권'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과의 AI 기술 혁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국내적 '족쇄'(규제)를 없애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만든, AI 개발업체들에 대한 안전 및 투명성 관련 의무 규정을 폐지한 데 이어 훨씬 더 전면적인 AI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향후 6개월 안에 나올 '행동계획'은 AI 기술 개발과 관련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민간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미국에 최소 5천억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해 새로운 AI 기업인 '스타게이트'를 설립한다고 발표하며 민간 AI 투자 유치의 성과로 부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럽연합(EU)이 작년 포괄적 AI 관련 안전장치를 담아 만든 'AI법'을 소개하며 "다른 나라들이 앞다퉈 AI 관련 '도로 규정'을 만들려 하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AI 정책 경로를 신속히 리셋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방위적으로 전임자(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정책을 폐기하고 있지만 중국의 'AI 굴기'를 막기 위해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겹겹이 쌓은 수출통제 조치는 '취임 선물'로 여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8월 중국군이 AI 구현 등에 쓰이는 GPU 등 반도체 제품을 군사용으로 전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AMD에 관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당시 엔비디아의 A100과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H100의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이어 지난달에는 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또 퇴임을 일주일 앞둔 지난 13일에는 미국산 AI 반도체 구입과 관련한 국가별 상한제(한국 등 18개국은 제외)를 도입함으로써 중국이 미국의 수출통제망을 피해가며 제3국에 AI 훈련용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바이든 전 대통령이 '경쟁 상대'의 발전을 늦추는 조치들을 이미 만들어 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부의 AI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AI의 책임있는 발전을 위한 국제 공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자마자 파리 기후변화 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의 탈퇴를 선언한 터에, AI에 대한 인간 통제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 공조에서 앞으로 미국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AI의 군사적 활용과 관련한 위험 관리를 중국과 협력할 테마로 설정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가까운 예로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작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마지막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사용 결정에 대한 인간의 통제권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상호 확인했다.

만약 AI의 발전이 인간 통제를 넘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서 AI 최선진국인 미국이 발을 뺀다면 AI 관련 강대국 간의 무한경쟁이 초래할 위험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