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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무안 물새 월동지수 265%↑…조류충돌 위험도 커진다
기사 작성일 : 2025-01-29 08:00:31


지난 3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여객기와 함께 새가 날아오르고 있다. [ 자료사진]

이재영 기자 = 기후변화는 항공기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 위험성도 높일 수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국내에 찾아오는 철새의 종류와 수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철새가 텃새화하면 조류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

29일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에서 제공되는 '물새류월동환경지수'를 보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정도가 달라질 뿐 이 지수는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물새류월동환경지수는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 수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때 활용하고자 개발됐다. 12월과 1월 일평균기온이 0도 이상인 날의 평균기온을 합해 지수를 산출한다. 즉 기온이 오르면 지수도 높아지는 구조다.

최근 항공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군의 경우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SSP5-8.5'를 적용했을 때 현재(2000∼2019년) 168.9인 물새류월동환경지수가 2050년에 235.7, 2099년에 617.1로 각각 현재 대비 40%와 265% 오를 전망이다.

SSP5-8.5는 '빠른 산업기술 발전에 중심을 둬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경우'로 현재 420ppm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100년에 1천89ppm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시나리오다.

210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567ppm에 머물며 기후변화가 완화되는 경우인 'SSP2-4.5'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무안군 물새류월동환경지수는 2050년과 2099년 308.2와 376.7로 지금보다 82%와 12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 중구는 SSP5-8.5 적용 시 현재 85인 물새류월동환경지수가 2050년과 2099년에 각각 124.0과 466.9로 46%와 449% 상승한다.

SSP2-4.5를 적용했을 때는 2050년 191.7, 2099년 243.2가 될 전망이다. 현재 대비 상승 폭은 각각 126%와 186%이다.

물새류월동환경지수가 상승한다고 꼭 도래하는 철새가 느는 것은 아니다.

새마다 서식에 적합한 기온이 다르고 '서식지가 안전하고 먹이가 풍부한지' 등 다른 조건도 찾아오는 철새 수와 종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수의 변화는 해당 지역에 찾아오는 철새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기온이 오르면 철새 수가 늘어나고 오래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겨울 철새인 민물가마우지가 온난화로 봄까지 국내에 머물면서 텃새처럼 변해 골칫거리가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물가마우지는 재작년 7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수가 늘지 않고 공항 주변에 서식하는 새가 달라지기만 해도 조류충돌 위험성을 커진다고 지적한다. 새들이 이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존 예방책이 무력화될 수 있어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지난 2018년 기후와 생물다양성 변화가 항공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보고서에서 "공항에 현존하는 새 종류를 바꿀 생물다양성 변화는 위험요소를 늘릴 수 있다"면서 "새 개체 수나 행동의 변화는 조류충돌 위험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ICAO는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로) 철새의 이동과 월동이 감소하면서 큰새들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은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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