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공습으로 파괴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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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강종훈 특파원 =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지 4년이 지났다.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021년 2월 1일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권을 몰아내고 반대 진영을 폭력으로 진압했다.
이후 이어진 내전 속에 미얀마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며 초토화됐다. 경제는 붕괴했고, 민간인 사상자는 크게 늘었다.
최근 반군 총공세로 군사정권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평화적 사태 해결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 군부 최대 위기…무차별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 속출
쿠데타 이후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과 각 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거센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으로 구성된 '형제동맹'이 2023년 10월 중국과 인접한 샨주에서 합동 작전을 시작한 이후 군부는 수세에 몰려 있다.
군정은 북동부 샨주와 서부 라카인주에서 지역사령부를 점령당하는 등 국토 외곽 지역 주요 도시와 기지를 반군에 빼앗겼다.
NUG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330개 타운십(구) 가운데 144곳을 저항 세력이 통제하고 있으며, 이 중 48곳은 완전히 점령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군정이 107곳을 장악하고 있으며, 나머지 79곳에서는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비율로는 NUG와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44%, 군정이 32%를 장악한 셈이다.
위기에 처한 미얀마군이 무차별 공습을 강화하면서 민간인 사상자도 급증하고 있다.
내전이 격화하면서 난민도 크게 늘었다. 유엔은 미얀마 난민이 전체 인구의 약 6%에 달하는 350만명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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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 '공포정치' 지속…치안 공백에 '무법천지'·경제 파탄
군정은 쿠데타 이후 수치 고문 등 전 정권 인사를 비롯한 반대 세력을 대거 감옥에 가두고 폭력으로 대중을 억눌렀다.
인권단체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정치범으로 체포된 사람은 지난 28일 기준 2만8천390명이고, 이 중 2만1천668명이 구금 상태다.
군부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6천215명이다. 사망자에는 어린이 709명, 여성 1천384명도 포함됐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쿠데타 이후 2021년 4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아세안의 위기 해결 논의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군정은 중국과 러시아에 밀착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미얀마 경제는 쿠데타 이후 이어진 혼란에 물가 상승, 통화 가치 하락, 전력·노동력 부족 등으로 파탄 위기다.
세계은행(WB)은 미얀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전으로 인한 치안 공백 상태에서 미얀마는 세계 최대 아편 생산국이 됐으며, 국제 온라인 사기 조직이 몰려들어 범죄 온상으로도 부상했다.
미얀마 친군부 단체 쿠데타 기념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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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군정 적극 지원 속 총선·민정 이양 가능성은 희박
군정은 지난해 9월 돌연 반군에 휴전을 제안하며 선거를 통한 '정치적 해결'을 요청했다. 그러나 주요 반군 세력은 대화 제안을 일축했다.
수세에 몰린 군정의 대화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중국이 나섰다.
중국은 미얀마 군정 붕괴를 막기 위해 국경 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압박했다.
중국 중재로 군정과 MNDAA가 휴전 협정을 체결해 지난 18일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과거에도 미얀마군과 반군의 휴전 합의가 깨진 바 있고, 중국 영향력에서 벗어난 반군도 존재한다.
군정이 추진하는 총선이 쿠데타 이후 지속 중인 국가비상사태 체제를 끝내고 순조롭게 민정 이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군정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과 러시아는 총선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 등 서방국과 미얀마 민주 진영은 군정 주도 선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양측 대화가 진전되기 어려우며, 오히려 군부 반격으로 폭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모건 마이클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군부는 여러 지역에서 입은 막대한 손실을 만회하기를 원하고, 반군은 앞으로 더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진지한 협상이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