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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감원 시동에 美관가 술렁…'자발적 퇴직' 메일에 분노·혼란
기사 작성일 : 2025-01-30 14:00:57

미국 워싱턴DC 보건복지부 건물


[AP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연방 공무원들에게 자발적으로 퇴직 여부를 선택하도록 하자 미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인사관리처(OPM)는 전날 연방 공무원 약 300만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퇴직 의사를 밝힐 경우 사무실 복귀 의무를 면제하고 최대 8개월치 급여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OPM은 2월 6일까지 '퇴직 연기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참여하는 직원은 9월 30일까지 고용이 보장되고 모든 급여와 복리후생을 유지하며 대면 근무 요건에서 면제된다.

또 공직에 남는 쪽을 선택할 경우 해임되거나 직무 재배치, 휴가 등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나온 이같은 조치로 연방 공무원들 사이에 분노와 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공원의 한 관리원은 이미 직원 수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동료들의 추가 이탈을 걱정했고, 보건복지부 변호사는 그동안 안정적이라 믿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

국립보건원 직원은 OPM이 메일에서 '강화된 행동 기준'을 적용하겠다며 충성도를 언급한 것과 관련,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했다.

그는 "무엇에 충성한다는 것인가"라며 "(일론) 머스크? 트럼프?"라고 반문했다.

다른 직원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 행동 기준이 '위협'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 공무원으로서 뇌물을 받지 않고 법을 준수하며 일반인보다 더 높은 행동 기준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직원은 OPM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연금 같은 혜택을 포기한다는 의미라며 "잔인한 농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연방 공무원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닥칠 혼란과 예측 불가능성은 이미 대비하고 있었지만, 이번 이메일로 오히려 자리를 지키겠다는 결의가 굳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더욱이 OPM이 이메일과 문답(FAQ)으로 밝힌 제안 내용과 설명이 정확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연방 고용법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 '툴리 린키 PLLC' 측은 WP에 "어젯밤부터 연방 직원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며 메일이 무슨 뜻인지, 합법적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로펌 측은 대화 내용에 근거해 공무원의 5∼10%가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미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문제의 이메일 문구에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OPM이 보낸 이메일 제목 '갈림길'(Fork in the Road)은 2022년 머스크가 당시 트위터를 인수하고 직원들을 대거 해고하면서 보낸 이메일 제목과 같다.

OPM의 새 수석 보좌관 어맨다 스케일스는 과거 머스크 소유 기업 중 한 곳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미 연방공무원노조(AFGE)는 OPM의 제안은 자발적인 퇴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새 정부에 충성하지 않는 공무원들에 대한 퇴직 압박이라고 비판했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도 엑스(X·옛 트위터)에 "속지 말라! 트럼프는 수많은 계약자에게 돈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갑작스럽게 해고했다. 그는 퇴직금을 약속할 권한이 없다. 기다려보라!"라고 적었다.

한편에선 백악관의 해고 조치를 거부한 미 농무부 감찰관이 강제로 끌려 나가는 일도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스 퐁 농무부 감찰관은 지난 24일 해고를 통보받았으나 계속해서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는 27일에도 사무실에 출근했으나 보안요원들이 그를 사무실에서 끌고 나갔다.

농무부 감찰관은 소비자 식품 안전, 동물 복지법 위반 등 광범위한 조사 권한을 갖고 있다. 소식통들은 감찰관실이 2022년 머스크의 뇌이식 뉴럴링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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