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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도 못 피한 트럼프 무역전쟁…韓 수출도 곧장 영향 우려
기사 작성일 : 2025-02-03 12:00:21

애플스토어에 전시된 아이폰16


[EPA=]

(세종= 차대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멕시코, 중국에 각각 25%와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해당국들도 맞대응해 '글로벌 무역 난타전'의 서막이 올랐다.

한국이 아직 트럼프 신정부의 '1차 표적'에 들지는 않았지만, 최대 교역국으로 상호 긴밀한 산업 협력 체계가 형성된 중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됨에 따라 당장 반도체 같은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유럽연합(EU)으로 무역전쟁 전선 확대, 보편 관세 도입 등으로 글로벌 무역 전쟁이 격화할 경우 전반적 교역 위축에 따라 제조업 중심 수출국인 한국 경제에도 구조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한국 대중 수출품 80%가 반도체 등 중간재

3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신정부 무역 전쟁의 '예고편' 격인 캐나다·멕시코, 중국 3국 대상 관세 부과 계획만으로도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의 부과한 모든 종류의 무역 압박성 관세 조치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관세 무기화는 주로 최대 무역 적자국이자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을 겨냥했다. 당시 미국은 3천7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통해 한 경제권인 캐나다,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약 9천억달러의 수입품까지 대상으로 했다. 미국이 자국의 3대 교역국을 상대로 동시에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전과는 차별화된다.

특히 캐나다산 원유를 제외하면 관세 예외나 완화 계획을 일절 거론하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관세 부과의 강도가 극단적으로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는 대규모로 대중국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가 자국 소비자들의 후생을 고려해 결국 아이폰과 컴퓨터 같은 소비자 제품군의 고율 관세는 철폐한 바 있다.

현재 계획대로 예외 없는 대중 관세가 광범위하게 부과된다면 곧바로 아이폰을 포함한 여러 중국산 IT·가전 제품군의 미국 가격이 10%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이는 소비 위축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산이 대부분인 아이폰에는 삼성전자 D램,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을 비롯한 많은 한국산 부품이 들어간다.


대만 신베이시의 폭스콘 본사 사옥


대부분의 아이폰은 미국 애플의 주문을 받아 대만 OEM사 폭스콘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다. [EPA= 자료사진]

매해 새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 수개월간 한국산 반도체 등 IT 중간재의 대중 수출이 수조원대 규모로 급증한다. 이는 미국의 기술력, 한국의 첨단 중간재 생산 능력, 중국의 제조력이 결합한 아이폰 국제 분업 체계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미국의 IT·가전 시장 위축은 중국 내 생산 감소 현상을 낳고, 이는 다시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제품 중 절반가량은 중국 내수용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추가 가공을 거쳐 미국 등 세계 시장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1천330억달러(약 195조원) 중 85.86%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을 포함한 중간재다.

◇ 중국산과 경쟁 격화에 트럼프 불확실성까지…한국 수출 도전 커져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향한 첫 번째 관세 부과 조치가 '서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상무부 등 부처에 오는 4월 1일까지 불공정 무역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종합적 방안을 검토해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보편 관세' 문제를 포함한 트럼프 신정부 차원의 새 무역 정책의 틀은 이때 종합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EU로 무역 전쟁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또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한 별도 관세 부과 의지도 피력했다.

대만에서 대부분 생산되는 엔비디아의 첨단 AI 가속기 등 반도체 제품과 한국산 메모리 등 광범위한 반도체 제품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로 대변되는 미국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의 빅테크의 투자 위축 현상을 낳고 한국의 최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수출 둔화라는 연쇄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가혹한 관세(brutal tariffs)는 그가 이전에 부과했던 것들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제목의 편집자 논평에서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이번 관세만으로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무역 시스템에 초래할 더 큰 혼란의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등 3국 대상 관세 부과가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유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기는 하다.

가령 중국산인 아이폰에 10% 관세가 붙어 가격이 인상되면 아직 추가 관세 대상이 아닌 한국 또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5 시리즈' 공개


22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 S25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2025.1.23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한국의 처지에서는 글로벌 무역 난타전이 글로벌 교역 위축을 초래해 구조적인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큰 상황이다.

통상 당국자는 "단기적으로 작은 상대적인 이익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것보다는 세계 무역 위축 현상에 따른 손해가 클 수 있다는 부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0.29%∼0.6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기업들의 밀어내기식 수출 공세 속에서 트럼프발 무역 전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사상 최대인 7천억달러 수출을 목표 달성에도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당장 이른 설 연휴의 영향 속에서 1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15개월 연속 이어졌던 '수출 플러스' 행진이 멈춰선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월 일평균 수출은 7.7% 증가하는 등 수출 동력은 여전히 살아있다"며 "올해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출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자원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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