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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척한 얼굴로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 기다린 건 가족몰살 비보(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2-09 11:01:01

석방돼 어머니와 누나 만난 샤라비


491일간 하마스에 인질로 억류됐다가 8일(현지시간) 오후 가자지구에서 풀려나 이스라엘에서 누나, 어머니와 만난 엘리 샤라비(가운데). [이스라엘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서울= 김동호 특파원 신재우 기자 = 이스라엘로 8일(현지시간) 돌아온 엘리 샤라비(52)가 가자지구에 갇혀있는 동안 부인과 딸들이 이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살해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N12 등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샤라비 등 이스라엘 남성 인질 3명을 석방했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인질들을 무대에 올려 석방 행사를 하던 중 가자지구에 함께 납치됐던 동생 요시가 숨진 사실을 샤라비에 알렸지만, 부인 리앤과 두 딸의 사망 소식은 전하지 않았다.

국제적십자사 차량을 타고 이스라엘군에 인계된 샤라비는 곁에 앉은 군인에게 "리앤과 두 딸들을 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기대했던 상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국경 부근에 마련된 장소에서 샤라비가 어머니와 누나를 다시 만났을 때의 사진을 공개했다. 샤라비가 가족 품에 안겨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간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모습이다.

샤라비는 납치 전까지만 해도 얼굴이 둥그스름한 인상이었지만 이날은 볼이 홀쭉해지고 주름이 생길 만큼 눈에 띄게 살이 빠진 모습이다.

샤라비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했을 때 베에리 키부츠(집단농장)에 있다가 납치됐다.

그의 부인(사망 당시 48세)과 딸 노야(16), 야헬(13) 세 명은 안전가옥으로 숨었으나 살해당했다. 리앤의 시신은 발견 당시 두 딸을 끌어안고 웅크린 상태였다.

영국에 사는 리앤의 남동생 스티븐 브리슬리는 매형 샤라비가 석방되기 전 BBC 방송 인터뷰에서 "그가 (가족의 사망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으면 좋겠다"며 "490일을 생존한 뒤에 그런 소식을 접한다는 것은 또다른 고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전 부인, 두 딸과 함께한 샤라비(왼쪽)


[X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샤리비와 함께 귀환한 인질 오르 레비(34)도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기습공격 당시 아내가 죽었고, 어린 아들은 다른 가족들이 돌보고 있다.

이날 돌아온 또 다른 인질인 오하드 벤 아미(56)는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를 치료 중인 이스라엘 텔아비브 소재 이치로프 의료센터의 부소장인 길 파이어는 "초기 의료 평가에서 오하드는 심각한 영양 상태로 돌아왔고 체중이 상당히 감소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벤 아미뿐만 아니라 샤리비와 레비도 가자지구에서 영양실조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인질로 끌려가기 전 오르 레비(왼쪽), 엘리 샤라비(중간), 오하드 벤 아미의 모습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WSJ은 풀려난 인질의 건강악화가 이스라엘 정부와 인질 가족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가자 휴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에서 인질 문제를 담당하는 갈 히르쉬는 이스라엘이 휴전 회담 중재자들에게 인질들의 건강상태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에는 70명 이상의 인질이 남아있으며 이 중 30명 이상은 이미 사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9일 6주(42일)간의 휴전 1단계에 들어가면서 1단계에서 총 33명의 인질을 풀어주고, 2단계 휴전에서는 사망한 인질을 포함해 59명가량을 귀환시키기로 했다.

2단계 휴전 협상은 지난 3일 개시될 예정이었으나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하마스가 석방한 이스라엘인 인질 오하드 벤 아미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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