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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美 최대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
기사 작성일 : 2025-02-11 07:00:57

김종우 선임기자 =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Super Bowl)은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다. 이 스포츠는 공격팀이 4번의 기회에 10야드(9.1m)를 전진해야 다시 공격 기회를 부여받는 '땅따먹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프로풋볼을 서부 개척기 이민자들의 영토 확장에 대한 집념과 생존 경쟁 속 근성이 녹아 있는 전형적인 마초(상남자) 스포츠로 여긴다. 거한(巨漢)들이 원초적 몸싸움을 통해 상대편 영역을 빼앗는 단판 승부의 경기 방식은 로마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을 연상케 한다.


제59회 슈퍼볼이 열린 시저스 슈퍼돔


[로이터=]

미국인들은 슈퍼볼이 열리는 일요일을 '슈퍼볼 선데이'라고 부른다. 경기장에 가지 못하는 미국인 대부분은 집안에서 맥주와 피자, 치킨 등을 먹고 마시며 TV로 시청한다. 슈퍼볼 당일 맥주와 피자, 치킨윙, 감자칩 소비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슈퍼볼 다음 날 병가를 내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고 한다. 슈퍼볼의 또다른 묘미는 하프타임쇼다. 2쿼터 종료 후 펼쳐지는 하프타임쇼는 1991년 슈퍼볼에서 당대 최고의 보이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출연하면서 톱스타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래퍼들의 래퍼' 켄드릭 라마가 단독 공연을 했다. 슈퍼볼 입장권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2명이 슈퍼볼을 직관하려면 최소 1만 달러(1천450만원) 안팎을 써야 한다.

NFL이 국내에 알려진 계기는 2006년 4월 혼혈 한국인으로 제40회 슈퍼볼에서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된 하인스 워드(48)가 어머니 김영희씨와 방한하면서다. 그는 앞서 2월 열린 슈퍼볼에서 피츠버그 스틸러스 와이드리시버로 4쿼터에서 결정적인 터치다운을 기록했다. 1살 때인 1977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29년 만에 '금의환향'이었다. '어머니와의 약속'(Promise to Mother)으로 명명된 한국 방문은 뿌리 찾기를 위한 여정이기도 했다. 애틀랜타 팰컨스 키커로 활약 중인 구영회(30) 선수는 NFL 사상 첫 토종 한국인 선수다. 애리조나 카디널스 쿼터백인 카일러 머리(27)는 외할머니가 한국인이다. 그는 자기 헬멧에 태극기를 새기는 등 한국 사랑이 유별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 오후(현지 시각) 뉴올리언스주 루이지애나의 시저스슈퍼돔에서 열린 제59회 슈퍼볼 필라델피아 이글스-캔자스시티 치프스 간 경기를 참관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첫 슈퍼볼 '직관'이다. 그는 딸 이방카와 손자 등을 대동하고 삼엄한 경호 속에 경기를 지켜봤다. 마침 '팝의 여제' 테일러 스위프트도 연인인 캔자스시티 타이트 엔드(TE) 트래비스 켈시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스위프트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스위프트)가 아마도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NFL과의 관계가 썩 좋지는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2016년 9월 미국 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경기 전 국민의례 대신 한쪽 무릎을 꿇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미국은 백인 경찰이 흑인을 폭행해 인종차별 논란이 들끓고 있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캐퍼닉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올해 슈퍼볼 경기장 엔드존에서는 '인종차별을 끝내자'(End Racism)는 문구가 사라졌다. 이 문구가 슈퍼볼 경기장에서 제외된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대신 '사랑을 선택하자'(Choose Love)는 문구로 대체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장 방문과 맞물려 정치적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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