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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제차·아이폰' 금수해제…분노한 민심 다독이기?
기사 작성일 : 2025-02-11 19:00:56

이란 테헤란 시내의 한 스마트폰 가게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란이 외제차와 아이폰 최신모델에 대한 수입 제한을 완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최근 테헤란에서는 애플의 아이폰 16 프로 맥스를 16억 리알(약 270만원)에 구매한 사례가 나왔다.

관세와 통신망 등록 수수료 등 추가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20억5천만 리알(약 350만원)의 돈이 들었다고 한다.

19살 생일 선물로 아버지에게 이 스마트폰을 받았다는 대학생 아미르호세인 아지지는 "이 나라에서 가장 비싼 전화기 중 하나를 갖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최근 애플의 신형 아이폰이나 외제차 등 고가 품목에 대한 수입 금지를 해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5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일방 탈퇴와 대(對)이란 제재 복원 이후 '저항 경제'를 구축하겠다며 내린 금수 조처를 되돌린 것이다.

이란은 2017년 외제차 수입을 금지했고, 2023년에는 아이폰 14 이후 모델의 수입을 차단했다. 심지어 관광객이 소지한 아이폰도 수입금지 모델일 경우 입국 후 한달이 지나면 통신망 접속이 차단됐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중고 외제차와 아이폰 구형 모델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부작용을 낳았다.

안전과 품질에서 국제기준에 미달한다는 비판을 받는 국산차를 울며 겨자먹기로 타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란을 지배하는 고위 성직자들은 이 과정에서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제제를 피해 중국에 자국산 원유를 판매하고, 친위대 격인 혁명수비대(IRGC)가 이를 관할하게 하면서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충성하는 부유한 엘리트 계층이 새롭게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란 리알화를 세는 테헤란의 환전업자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평범한 시민들은 이와 반대로 갈수록 악화하는 경제에 생존을 위협받는 신세가 됐다.

트럼프의 핵합의 탈퇴 이전까지 달러당 32만 리알이었던 환율은 10년이 지난 현재 달러당 92만8천500 리알까지 치솟았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저축이 증발하면서 이란 국민들은 금과 부동산 등 현물을 보유하거나 암호화폐 등을 사 모으게 됐다.

2022년 히잡 단속 중 발생한 의문사를 계기로 대규모 반체제 시위가 벌어졌던 것이나, 작년 대선에서 유일한 개혁성향 후보였던 마수드 페제시키안 현 대통령이 당선된 데도 이런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아이폰과 외제차 수입 규제 완화는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 경제학자 사이드 레일라즈는 "일부 플랫폼에 대한 제재 해제나 아이폰 수입 허용은 정부가 신속하면서도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뭔가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이란 경제가 안고 있는 중장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외제차나 아이폰을 살 여력이 되는 상류층 외에는 딱히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와중에 작년 말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4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이란의 원유 수출을 '0'으로 만들겠다며 중국 등으로의 수출까지 차단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AP 통신은 "만약 (이러한 방안이) 시행된다면 이란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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