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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언론 "美 철강관세 큰 타격…남는 철강 싼값에 유럽행"
기사 작성일 : 2025-02-11 21:00:59

프랑스 제철소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베를린·파리= 김지연 김계연 송진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유럽 주요 언론은 큰 타격을 우려했다.

미국에 상당 규모로 수출하는 유럽 철강·알루미늄 업계가 관세로 수출 감소로 직격탄을 맞는 것은 물론이고, 역외 국가에서 미국 관세를 피해 유럽으로 싼값에 제품을 팔아넘겨 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유럽연합(EU) 철강 생산이 2023년 30여 년 만의 최저를 기록할 만큼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제품은 연간 약 370만t이다.

악셀 에게르트 유럽철강협회(Eurofer) 사무총장은 이 신문에 "높은 고정비용 탓에 마지막 (생산, 수출되는) 제품이 가장 수익성이 높다"며 수출 감소에 따른 손해를 우려했다. 또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다른 국가 철강이 유럽으로 수출되며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개러스 스테이스 영국철강협회 사무총장도 "미국의 관세 부과는 우리 산업에 어마어마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무역 흐름이 뒤바뀌는 것을 피할 수 없을 뿐더러 우리 시장으로 철강 잉여분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철강은 3억6천400만파운드(6천500억원) 규모로 전체 철강 수출의 9.3%이며 직접 고용은 3만3천명, 공급망을 통한 추가 고용은 4만2천명이다.

독일 언론도 철강이 전체 상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무역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역외 철강 제품이 유럽에 밀려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를 짚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과 dpa 통신 등은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용 철강이 생산과잉 상태라면서 이를 우려하며 당국의 계획적 대응을 촉구하는 업계 목소리를 전했다.

독일 철강업체 잘츠기터의 군나르 그뢰블러 대표는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라 유럽으로 물량이 전환되고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이미 존재하는 수입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에 "통일되고 계획적이며 신속한 방식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리버풀항 컨테이너 터미널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FT는 이 사안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 영국이 보복할 것인지 질문에 총리실 대변인은 "정확한 세부내용을 아직 못 봤고 넘겨짚고 싶지 않다"고만 답했다.

이를 두고 FT는 "키어 스타머 총리 측이 미국의 관세가 영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경시한 것"이라며 "영국 철강업계가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데도 그 심각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유럽이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언제나 그렇듯 (트럼프의) 허세와 협박과 현실을 구별하는 건 쉽지 않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입장을 통일하지 못했다"며 EU의 협상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르몽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확대하겠다고 제안하거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미국산 무기 구매를 늘리라고 독려한 예를 들며 "이런 제안은 협상 전부터 EU가 양보할 준비가 됐다는 인상을 줘 파리(프랑스 정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가 격분했다"고도 꼬집었다.

르몽드는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 이면엔 "미국 국내 정치가 상당수 작용하고 있다"고도 해석했다.

르몽드는 철강 산업의 요람이자 현재 미 대선의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예로 들며 "철강 산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라고 평가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만큼 이 지역 노동자의 표심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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