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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학자들, 美 '대만독립 지지 않는다' 문구 삭제는 "中압박용"
기사 작성일 : 2025-02-17 12:00:58

대만과 미국 국기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권수현 기자 = 미국 국무부가 홈페이지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과 관련해 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對)중국 압박용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인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해석이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 문제와 미중 관계를 분리해서 다루려는 움직임으로 대만 입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분석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의 근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17일 대만 중앙통신사(CNA)와 연합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 13일 공식 홈페이지의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팩트시트' 자료를 업데이트하면서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양안의 입장 차이는 강제성 없는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돼야 하며, 양안 주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천스민 대만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CNA와 인터뷰에서 "이는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 입장이 대만 독립 문제와 반드시 관련된 것은 아니며, (대만 독립은) 대만 국민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로 미국이 대만을 대신해 결정하는 것이 아님을 국제사회에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또한 "트럼프는 대만 문제와 미중 관계의 상호작용을 구분하려는 것 같으며 중국과 대만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중국은 대만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하라고 미국에 요구하지만, 트럼프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구속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왕훙런 국립성공대 정치학과 교수도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 삭제는 (미국이) 대만에 큰 선의를 표명한 것으로, 대만의 국제적 지위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중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왕 교수는 다만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 내용 변경이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염두에 두고 중국에 어느 정도 압박을 가하는 차원의 것이라며 "상황은 유동적으로, 미국 국무부가 다시 (표현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과 미중 갈등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이에 비해 미국의 '대만 독립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 삭제는 표현상 유연성을 둔 것으로 '하나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 입장은 그대로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 전략·병기 연구협회의 황제정 회장은 연합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입장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며 "대만은 미국의 정책문서 하나 때문에 기뻐하거나 낙담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인정하는 '평화와 안정'이 무엇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일부러' 들어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소 낭만적"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중국 측이 거듭 천명한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시보도 분석기사를 통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 삭제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집권 1기 때 대중국 정책이 자주 변했던 만큼 대만은 과도한 해석을 하지 말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해당 문구 삭제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더는 대륙(중국)에 얽매이지 않고 대만을 지원함으로써 대륙에 가하는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목적은 여전히 '사업은 사업'이라는 것이며 대륙과 더 많은 협상 수단을 얻으려는 것"이라며 "'하나의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여전히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대만을 지지하지 않는다' 문구 삭제와 관련한 로이터통신의 질의에 "일상적 루틴으로서, 팩트시트는 일반 대중에 대만과의 비공식 관계를 알리기 위해 업데이트됐다"며 "미국은 여전히 하나의 중국 정책에 전념하고 있으며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전날 대만 외교부는 미 국무부의 자료 수정과 관련해 "미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긍정적 입장과 지지 표명을 환영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외교부는 또한 지난 15일(현지시간)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뮌헨안보회의(MSC)를 계기로 만나 '대만의 적절한 국제기구에의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고 밝힌 데 대해 대만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진심으로 환영하고 감사한다"고 전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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