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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CIS 한인회장들, 스탈린 고향서 '광복 80주년' 의미 되짚다
기사 작성일 : 2025-02-17 15:00:39

스탈린 고향 고리 찾은 러시아·CIS한인회총연합회 관계자들


(고리[조지아]= 성도현 기자 =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전현직 한인회장 등으로 구성된 러시아·CIS한인회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6일(현지시간) 구소련 지도자 스탈린의 고향인 조지아 고리를 방문해 생가를 둘러본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2.17

(고리·트빌리시[조지아]= 성도현 기자 = 동유럽과 서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조지아는 빼어난 자연경관과 전통 음식, 와인으로 유명한데 특별한 역사적 배경도 빼놓을 수 없다.

1991년 소련 해체 후에도 구소련 시절 독립국가연합(CIS)에 속해 있었으나 2009년 러시아와의 전쟁을 겪으면서 탈퇴했다. 조지아 정부는 2005년부터 국호를 러시아식 표기 '그루지야' 대신 영어식 표기 '조지아'로 써달라고 각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이라클리 코바히제 현 총리가 헌법에 명시된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임기 동안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친러시아 행보에 대한 비판 속에 반정부 시위가 열리는 등 내부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복 80주년 러시아-CIS 재외동포 콘퍼런스' 참석차 조지아에 모인 전현직 러시아·CIS 지역 한인회장들이 16일(현지시간) 구소련 지도자이자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고향을 찾아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시내에서 차로 약 1시간(85㎞)을 달려 스탈린의 고향 고리에 도착하자 스탈린 동상과 생가, 스탈린 박물관, 스탈린 전용 열차 등이 방문객을 맞았다.


스탈린 박물관 둘러보는 러시아·CIS한인회총연합회 관계자들


(고리[조지아]= 성도현 기자 = 이광복 러시아·CIS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맨 왼쪽)이 16일(현지시간) 구소련 지도자 스탈린의 고향인 조지아 고리를 방문해 스탈린 박물관에서 전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2025.2.17

이광복 전 조지아한인회장은 "공과를 떠나 강한 힘을 지닌 러시아를 만드는 데 기여한 뛰어난 인물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전제적이고 폭압적인 통치 스타일 때문에 소련인과 조지아인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스탈린은 1941년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 당시 가차 없이 고향 조지아에서 70만명을 징집했고, 전쟁터에 나간 조지아인의 절반이 사망했다.

러시아 학계 일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스탈린의 소련이 있었기에 일본의 항복과 종전 선언도 있었다며 일정 부분 한국의 광복에 소련의 역할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스탈린은 해방 이후 한국 분단에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의 항복 의사를 전달받은 미국은 38선 기준 이북을 소련이, 이남을 미국이 점령하는 안을 냈고 스탈린이 이를 받아들였다.

현덕수 러시아·CIS한인회총연합회장은 "한국의 현대사 방향을 좌우한 분단과 냉전 시대 각종 회담 사진 등을 보면서 광복 80주년에 담긴 여러 의미를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스탈린 박물관서 이야기 듣는 러시아·CIS한인회총연합회 관계자들


(고리[조지아]= 성도현 기자 = 현덕수 러시아·CIS한인회총연합회장(맨 왼쪽) 등이 16일(현지시간) 구소련 지도자 스탈린의 고향인 조지아 고리를 방문해 스탈린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2025.2.17

이날 현장 방문에는 박 알렉산드르 CIS리더스클럽 대표, 심 타티아나 러시아 옴스크 고려인협회 부회장, 김유리 키르기스스탄 고려인협회 부회장 등 고려인 동포 3세들도 함께해 스탈린의 공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고려인의 아픔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스탈린이다. 스탈린이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을 시행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고려인 17만명이 열차 화물칸에 실려 연해주에서 6천500㎞ 떨어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곳곳으로 흩어졌다.

박 대표는 "스탈린의 탄압 정책으로 소수민족이 많은 고통을 받았고 공포정치의 어두운 면이 컸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강제이주 과정에서는 고려인 2만명이 열차 안에서 배고픔 등으로 숨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심 부회장은 "자국민을 위해 불가피하게 독재했을 수 있다"면서도 "러시아를 강대국 반열에 올려놓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처럼 긍·부정 평가가 혼재하는 가운데 중립적인 견해를 피력한 인사도 있었다.

김 부회장은 "강제이주 역사의 아픔은 크지만,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공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의견을 피력했다.


스탈린 생가서 강제이주 정책 의견 교환하는 고려인 동포 3세들


(고리[조지아]= 성도현 기자 = 러시아 및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3세들이 16일(현지시간) 구소련 지도자 스탈린의 고향인 조지아 고리를 방문해 생가를 둘러본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 알렉산드르 CIS리더스클럽 대표, 심 타티아나 러시아 옴스크 고려인협회 부회장, 김유리 키르기스스탄 고려인협회 부회장. 202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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