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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 직원들에게 '결혼 안하면 해고' 공지했다 당국에 제동
기사 작성일 : 2025-02-17 18:00:57

산둥성 칭다오에서 웨딩촬영하는 중국 커플들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권수현 기자 = 중국 산둥성의 한 기업이 미혼 직원들에게 올해 9월까지 결혼하지 않을 경우 사직을 요구하겠다고 공지했다가 당국의 시정 요구를 받고 이를 철회했다.

17일 중국신문망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이난현 산둥순톈화공그룹(山東舜天化工集團)은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28∼58세 미혼 직원(이혼자 포함)은 기한 내에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 국가의 기둥을 교육하고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공지문에서 "모든 직원이 일을 열심히 하고, 가정을 꾸리며 가족을 안심시키는 것이 바로 효(孝)"라며 "2025년 9월30일 이전에 개인의 결혼 문제를 해결하도록 알린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직원이 1분기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반성문을 제출하고, 2분기까지 안 되면 회사가 심사를 진행하며 3분기까지 요구사항을 완수하지 못하는 경우 회사는 근로계약을 해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공지문 내용은 온라인에서 퍼지며 한때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네티즌들은 "결혼과 관련해서 회사가 간섭할 권리는 없다", "노동법 위반", "직원을 결혼하게 하려면 강요가 아니라 대우를 좋게 해라", "엉터리 회사는 문 닫아라" 등 비판 댓글을 줄줄이 올렸다.

회사 측은 이후 이난현 지역 당국의 요구에 따라 해당 통지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RFA에 "(이난현) 인사사회보장국으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아 즉시 조치를 취했으며 공지 내의 모든 규정을 폐지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당초 의도는 미혼 직원들이 인생 대사를 위해 일정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도록 독려하는 것이었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최근 저출산과 결혼 기피 추세가 심해지면서 중앙과 지역 당국이 각종 출산 지원책을 도입하고 대학에서 연애·결혼 관련 강의를 도입하도록 촉구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시사평론가 팡위안은 이번 사건이 겉으로는 한 기업 내부 요구일 수 있지만 "정부가 공개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일을 기업이 앞장서서 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일 수 있다"며 "중국 국가 통치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상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살펴서 발견하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불편한 정책적 충동이 있다면 자발적으로 두배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RFA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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