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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수업중 어려운 수학문제 풀지 마세요, 우리아이 열등감 느껴요"
기사 작성일 : 2024-09-06 07:00:36

[※ 편집자 주= 윤미숙 교사노조연맹 부위원장의 인터뷰 기사는 분량이 많아 네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첫 번째 기사입니다. 다음 주 후반에 나가는 두 번째 인터뷰 기사는 학부모의 교권 침해, 추석 연휴 후에 나가는 세 번째 기사와 네 번째 기사는 학생들의 교권 침해와 구조적 문제 등을 각각 다룰 예정입니다. [삶] 인터뷰는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개인의 성장 스토리와 개인의 사진이 많이 들어갑니다.]


와 인터뷰 중인 윤미숙 교사노조연맹 부위원장


[교사노조연맹 촬영]

윤근영 선임 기자= "수업 중에 왜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나요. 우리 아이 열등감 느끼잖아요. 그냥 교과서에 나오는 쉬운 문제만 다루세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한테 받아쓰기 테스트하지 마세요. 우리 아이 아직 잘 못하는데 상처받아요"

"틀린 것 빗금 치지 마세요. 우리 아이 기분 나빠져요"

윤미숙(44) 교사노조연맹 제2부위원장 겸 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 4일 와의 세 차례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종종 이런 항의성 민원을 받는다"면서 "선생님들이 원하는 대로 수업을 이끌어 가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수학 교과에서 나오는 익힘 문제들이 너무 쉽기 때문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심화 문제를 숙제로 내주고, 다음날 학교에서 문제 풀이를 해주면 어려운 문제는 다루지 말라는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학부모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자기의 아이가 학교에서 열등감을 느껴서도 안 되고, 상처받아서도 안 되고, 기분이 나빠져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부위원장은 "이런 민원을 받은 선생님은 원래 구상했던 대로 수업하지 못한다"면서 "그런 민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다른 사안으로 꼬투리를 잡혀서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범죄자로 취급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아동학대로 신고된 선생님은 교육청, 지자체, 경찰서 등에 끌려다니며 조사를 받게 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선생님은 교육자로서 의욕을 잃고, 심한 경우 삶의 의지까지 상실하게 된다"고 했다.

윤 부위원장은 "작년 하반기 서이초 사태 이후 교권 4법 개정, 수업 방해 학생 분리 지도, 민원 대응팀 가동 등 몇 가지 조치가 이뤄졌지만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과 교육부, 교육청, 지자체 공무원 등은 여전히 교육 현장을 모르면서도 선생님의 의견을 무시한다"면서 "이들은 대체로 교사와 학생보다는 자기들의 실적 쌓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성장한 윤 부위원장은 부산교대를 졸업한 뒤 2004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2020년에는 부산 교사노조 창립위원장, 2021∼2022년에는 2대 위원장을 맡았다. 작년에는 전국 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 겸 대변인, 올해부터 교사노조연맹 정책실장 겸 제2부위원장, 전국초등교사노조 수석 부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8살 딸을 둔 학부모이기도 한 그는 작년부터 3시간 넘게 걸리는 부산∼서울 길을 출퇴근 하면서 노조 일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어머니, 언니들과 함께 한 윤미숙 부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본인 제공]

-- 고향은 어디인가,

▲ 부산에서 4녀 중 막내로 태어나 이곳에서 계속 살았다. 내가 부산 동주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교사로 첫 발령을 받은 곳이 이 학교였다.

-- 부모님은 어떤 분인가.

▲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충북 영동 출신인데, 아버지가 부산에 있는 목재 회사에 취직하면서 부산에서 살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가 직장생활을 오래 하지는 못하셨다. 그 회사가 부도났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아버지는 고철상을 하셨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 가정 형편은 어떠했나,

▲ 고철상이 처음에는 잘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도와야 했고, 큰 언니가 엄마 역할을 했다. 대학생이었던 큰 언니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의 머리를 감겨주고, 손톱을 깎아주고, 귀를 파줬던 기억이 난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는 아버지 일이 잘돼서 생활 형편이 나아졌다.

-- 부모님은 자녀 교육에 어떤 생각을 갖고 계셨나.

▲ 부모님은 교육열이 강했고, 공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늘 강조하셨다. 직업으로는 공무원이 좋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신장이 안 좋아서 2020년에 돌아가셨다.


2002년 부산교대 3학년 시절, 학교에서 윤미숙 부위원장


[본인 제공]

-- 고등학교는 어디로 진학했나.

▲ 부산에는 외국어 고등학교가 2개 있는데, 부산 외고와 부일외고다, 나는 부일외고에 들어갔다.

-- 고교 졸업 후에 바로 교대에 입학했나.

▲ 수능성적이 잘 안 나와서 재수했다. 부산교대 한 학년 전체 인원은 400명 정도 됐다. 서로 친하지는 않아도 무슨 과의 누구인지는 알았다.

-- 왜 교대를 선택했나.

▲ 수능 성적을 감안했고,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사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는 디자이너도 되고 싶고, 변호사나 소설가도 되고 싶었다.

-- 교대 공부가 적성에 맞았나.

▲ 교대에서는 체육, 바느질, 음악, 미술 등 모든 것을 배운다. 깊지 않아도 넓게 배우는데, 나한테는 적성에 맞았다.


2020년 부산노동청에 부산 교사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는 당시 윤미숙 교사


[본인 제공]

-- 교사노조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4년 전에 경기 교사노조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노조가 온라인 카페에 활동을 홍보하는 글을 올렸는데, 그걸 보고 교사노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무렵,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과 경기노조 집행부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노조 예비모임을 주관하고 있었다. 부산에서도 온라인으로 예비 가입자를 모았고, 나는 그 단톡방에 참여했다. 그때 노조설립신고서를 낼 사람을 찾았는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부산노동청은 우리 집에서 버스로 2~3개 정거장 거리여서 내가 하겠다고 했다. 설립 신고서에 위원장 이름을 형식적으로라도 써야 한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내 이름을 적었다. 설립 신고서를 내주기만 하면 위원장과 집행부를 할 사람들이 바로 나타날 줄 알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준비된 위원장은 없었다. 결국 내가 창립위원장이 됐고, 노조 사무실은 우리 집이었다. 나는 2020년 1년간 부산 교사노조 창립위원장, 2021년부터 2년간 2대 위원장을 지냈다.

-- 교사노조의 목적이나 사명은 무엇인가.

▲ 교사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이다. 교육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주요 목적이다. 교육환경 개선과 교사들의 근로조건 향상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미성년자인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노조 자체가 공익적 성격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교사 노조의 이념적 측면은 어떠한가.

▲ 우리의 슬로건은 '다 함께 행복한 교육'이다. 이념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 굳이 좌파냐 우파냐 따진다면 중도라고 볼 수 있다.


하늘나라로 간 딸을 생각하며 눈물을 쏟는 아버지


2023년 1월 숨진 상명대 부속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의 아버지가 같은 해 12월15일 유가족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교사는 올해 8월 순직으로 인정됐다.

-- 한국의 전체 교사는 몇 명인가.

▲ 가장 최근 통계인 2023년 4월 현재 유치원과 초중고의 정규직 교사는 40만명, 기간제 교사는 7만6천명 정도다. 합하면 48만명이다.

-- 이중 교사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몇 명인가.

▲ 현재 12만5천명이다. 전체 정규직 교사 대비 30% 정도다. 비정규직 교사까지 포함한 전체 교사 대비로는 26%다. 조만간 조합원을 20만명으로 늘린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 전교조 조합원은 줄어들고, 교사노조 조합원은 늘어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다른 노조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우리 노조의 객관적 사실만 이야기한다면 교사노조는 2017년 12월에 출범했고, 조합원은 2018년 3천명에서 6년 만에 12만명대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20대, 30대의 젊은 교사들이 이념보다는 실질적 도움이 필요해서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교사노조는 지역노조에서 각각의 현안에 대해 발 빠른 대응을 한다. 연맹 차원에서는 학생생활지도 권한 법제화 등 교육활동 보호를 끊임없이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이 교사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

-- 교사노조와 전교조의 조직구성 방식이 다른가.

▲ 교사노조는 지역 노조마다 위원장이 있고, 노조에 따라 현장 상황에 맞게 운영된다. 교사들의 현안에 초점을 맞추고, 즉각적 대응을 한다. 전교조는 중앙집권적이다. 상부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고, 교육 현안뿐 아니라 사회, 노동 등 교사 밖의 문제에도 넓게 관심을 갖는다.


선생님들의 눈물


2024년 7월20일 오후 서초구 서울교대 대운동장에서 초등교사노동조합 주최로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서이초 선생님은 2023년 7월18일 학교 교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사진]

-- 서이초 사태 당시 교사 30만명이 모이기도 했는데, 집회를 주도한 것은 교사노조도 아니고, 전교조도 아니라고 하던데.

▲ 초등학교 교사들의 수업자료 공유 플랫폼으로 '인디스쿨'이 있다. 여기에는 웬만한 초등교사들이 다 들어와 있다. 10만명 정도 된다. 당시 경기지역 초등교사 1명이 글을 올렸다. "우리 토요일에 모이죠. 답답해서 안 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2024년 7월 22일 토요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 5천명 정도가 모였다. 첫 집회인데 생각보다 인원이 많았다. 집회는 이렇게 시작돼서 토요일마다 계속 열렸고, 올해 2월 12차까지 진행됐다. 작년 9월 2일에는 국회 앞에 30만명이 모였다.

-- 집회를 조직하는 집행부가 별도로 있었나.

▲ 집회 때마다 조직하는 사람이 바뀌었다. 어떤 선생님이 "다음 집회는 내가 준비하겠습니다. 도와줄 사람 모이세요"라고 하면 집행팀이 꾸려진다. 피켓, 구호, 홍보, 안전 등의 팀들이 결성돼 불과 며칠 만에 집회 준비를 마쳤다. 그다음 토요 집회에는 다른 집행부가 나타났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해서 짧은 시간 내에 집회를 준비했는데도 놀라울 정도로 잘했다.

-- 교사노조는 그 집회를 왜 주도하지 않았나.

▲ 우리도 내부적으로 고민을 계속했다. 교사노조 차원에서 집회를 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집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집회는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런 집회 집행부 중에는 교사노조나 전교조 교사도 있겠지만 소속을 밝히지 않았다. 행사 중에 단체 이름이나 정치적 구호도 배제했고, 교사노조나 전교조 명의의 유인물이나 홍보물을 나눠주는 것도 금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노조가 집회를 주최하겠다고 끼어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이런 식의 집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 됐다. 결과는 의외였다. 집회가 12차까지 갔고, 신기할 정도로 잘 진행됐다. 집회 후에는 참석자들이 주변을 말끔히 청소했다. 교사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집회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 집회를 한번 하면 몇천만원이 들어간다. 맨 앞 무대에 방송 차량을 놓아야 하고, 대열 중간중간에도 방송 차량을 설치해야 한다. 사람이 많으니 뒤에서는 무대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피켓, 홍보물 등까지 포함하면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집회가 끝나면 바로 교사들로부터 그날 비용에 대한 후원금을 받는데, 1∼2시간 만에 마감됐다. 30만명 정도가 모였던 9월 2일 집회 때는 비용이 4억원에 이르렀지만 금방 후원이 완료됐다.


구호 외치는 선생님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2023년 9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 교사들이 이렇게 모이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많이 겪기 때문인가.

▲ 교사들은 아동학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한다. 신고를 당하면 일단 범죄자 취급받는다. 아동학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는 부당할 뿐 아니라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올해 초 김해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6학년 반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 얼굴에 여자 비키니 사진을 합성했다. 선생님은 군대에서 막 제대한 20대 남자였다.

-- 반 아이들 전체가 합성사진으로 선생님을 조롱한 것인가.

▲ 몇몇 주동자가 사진을 합성해서 돌리고, 선생님이 수업하느라 돌아서 있을 때 손가락 욕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렸다. 카톡으로 자기들끼리 "담임이 재수 없다"고 욕을 했다. 선생님은 화가 났지만, 사과받는 정도로 끝내려 했다. 제자들이기 때문이다.

-- 아이들이 사과하기를 거부했나.

▲ 사과는 했다. 사과하고 난 다음에 "와, 선생님 얼굴 봤냐? 선생님이 울려고 하더라. 웃참하느라 힘들었다"면서 카톡으로 또 조롱했다. 웃참하느라 힘들었다는 것은 웃음이 나오는데 참느라 힘들었다는 뜻이다. 선생님은 교육 차원에서라도 이 아이들을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면서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의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 어떤 아동학대를 했다는 것인가.

▲ 선생님이 수학여행 때 아이들에게 엄격하게 했고, 학교에서 아이들이 체육을 마치고 교실에 들어왔는데 에어컨을 빨리 안 틀어줬다는 이유였다.

-- 그런 이유로 선생님들이 경찰 수사를 받기도 하나.

▲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가 되면 교육청이 먼저 조사를 나왔다. 교육청에서 나온 사람은 이 선생님이 무슨 혐의로 신고됐는지도 몰랐다. 경찰은 알려줄 의무가 없다면서 이야기를 안 해준다고 했다. 그러니 교육청 사람은 이 선생님에게 "당신이 신고당했다고 의심되는 모든 상황을 가져와서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선생님은 자신이 지도한 내용들을 모두 정리해서 보내야 했다.

-- 결과는 어떻게 됐나.

▲ 선생님은 당연히 무혐의 처리가 됐다. 교보위는 주동한 학생 4명에게 출석정지 8일 처분을 내렸다. 그때가 졸업 직전이었는데, 아이들은 졸업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 교실 에어컨을 좀 늦게 틀었다고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학부모는 어떤 사람들인가.

▲ 나도 이해가 안 간다. 장기적으로 보면 학부모들의 그런 행태가 아이들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아이가 성장기에 상처받기도 하고, 그것을 극복해내면서 회복탄력성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일부 학부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대전 용산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재수사하라"


대전 용산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학교 관리자와 학부모 모두를 '무혐의 처분'한 것을 놓고, 사망 교사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과 대전교사노조 등 교원단체들이 2024년 7월1일 대전경찰청 앞에서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검찰은 이런 요청을 받아들여 현재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선생님의 1주기 추모제가 2024년 9월6일(금요일) 오후 5시 대전시 교육청 1층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 사진]

-- 교사들이 학부모들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수업을 못 하는 일도 있다고 하던데.

▲ 어떤 담임 선생님은 초등학교 5학년 반 아이들에게 좀 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다. 수학 교과서 익힘 문제는 너무 쉬워서 심화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고는 그다음 날에 선생님이 직접 문제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랬더니 학부모의 민원이 제기됐다. 왜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라고 해서 자기 아이가 열등감을 느끼도록 하느냐는 것이었다.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쉬운 수준만 다루라는 것이었다. 이런 민원이 들어오면 선생님의 의욕은 꺾인다. 그다음부터는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아주 쉬운 문제만 다루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부모가 다른 꼬투리를 잡아서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수업 방해의 다른 사례가 있다면.

▲ 어떤 학부모는 답안지의 틀린 것에 빗금 치지 말라고 요구한다, 아이가 상처받기 때문에 빗금은 안된다는 것이다.

-- 그럼 틀린 것은 어떻게 표시해줘야 하나.

▲ 세모로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절반은 맞았다는 의미여서 적절하지 않다. 별표나 다른 표시를 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 받아쓰기를 하지 말라는 학부모도 있다고 하던데.

▲ 요즘에는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초등학교 4학년이 돼도 받아쓰기를 잘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상대로 받아쓰기를 하게 되는데, 일부 학부모는 그걸 하지 말라고 한다. 자기 아이가 잘 못해서 상처받는다는 게 이유다.

-- 학부모들은 왜 그런 비정상적 요구를 한다고 생각하나,

▲ 사회 곳곳에 이기주의가 만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내 아이만 소중하고, 내 아이 위주로 세상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와 인터뷰 중인 윤미숙 교사노조연맹 부위원장


[교사노조연맹 촬영]

-- 학부모의 민원으로 교사들이 합의금을 물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 전북에서 있었던 일이다. 외부 체육강사가 강당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체육활동을 주관했다. 거기에는 4학년 아이들도 있었고, 6학년 아이들도 있었다. 서로 어깨를 주물러주는 타임이 있었는데, 6학년 아이가 선생님의 어깨를 주물러드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선생님은 "그럼 나도 주물러줄게"라고 하고 바로 옆에 있는 4학년 아이의 어깨를 주물러줬다. 그랬더니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 그 선생님이 그 4학년 아이를 평소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 어떤 아동학대를 했다는 것인가.

▲ 그 4학년 아이의 어깨에 멍이 들었다고 한다. 조사 결과 교육청과 인권센터는 '혐의없음'으로 판정했지만, 시청 아동학대 전담팀은 혐의가 있다고 봤다. 선생님은 아이가 멍이 든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으나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 그 선생님은 시청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나.

▲ 그 선생님은 이 문제를 계속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학부모에게 2천500만원을 주고 합의했다. 선생님은 아이가 어깨에 멍이 들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못하고 거액의 돈을 주게 된 것이다.

-- 아이 어깨를 주물러줬다는 이유로 거액의 돈을 줘야 하나.

▲ 교육적 상황과 맥락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아이나 학부모 이야기만 듣고, 너무 쉽게 아동학대로 판정한다. 지자체의 공무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이뤄진 사례판단위원회가 터무니 없이 아동학대 판정을 내리는 일이 적지 않다.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윤미숙 부위원장


[본인 제공]

-- 학부모가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 서이초 사태 이후 조심하는 학부모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선생님을 괴롭힐 수 있구나'라고 엉뚱하게 학습한 사람도 있다. 그동안 몰랐던 선생님 괴롭히는 방법을 서이초 사태를 계기로 알게 됐다면서 그걸 써먹으려 한다.

-- 서이초 사태 이후 교권 회복을 위한 조치들이 이뤄졌는데 효과가 없나.

▲ 교사노조연맹이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일선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교권이 개선됐느냐는 질문에 4%만이 그렇다고 했다.

-- 교권은 왜 개선되지 않나.

▲ 여러 가지 조치들이 실효가 없기 때문이다. 현장 교사들의 말을 충분히 듣고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국회, 교육부, 교육청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교사들의 말을 듣기는 하는데 구색 갖추기 정도로 생각하고는 반영하지 않는다. 교권 보호보다는 자기들의 실적 쌓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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