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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겨울 없었다"…일용직 근로자들 '일감 절벽'
기사 작성일 : 2025-02-10 10:00:37

인력 사무소


[촬영 윤관식]

(대구= 윤관식 기자 = "지금까지 이런 겨울은 없었어요. 일감이 없으니 사람이 안 반가워요."

10일 오전 5시 30분께 대구 동구 한 인력사무소.

캄캄한 새벽, 영하의 날씨에도 일용직 근로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첫차를 타고 온 이들은 익숙한 듯 아무 말 없이 난로 앞에 가서 손을 녹였다.

인력사무소를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접수대로 가 인적 사항 등을 명단에 올렸다.

인력사무소는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지만,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일감을 찾으러 온 이들은 침묵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하염없이 기다렸다.

조모(65)씨는 "일주일을 왔는데 한 번 일을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25년간 인력 사무소를 찾았다는 한 일용직 근로자는 "지난달에는 하루 일을 나갔다"며 "원래 겨울이 일감이 없기는 하지만, 이렇게 없는 경우는 또 처음이다"라며 한탄했다.

인력 사무소를 처음 찾은 최모(28)씨는 "단기 알바를 찾다가 친구 소개로 와봤는데 일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력 사무소 전화기


[촬영 윤관식]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소장 테이블에 놓인 전화기가 울리고 한명이 호명됐다.

지명 받은 일용직 근로자는 조용히 일할 곳이 적힌 쪽지를 받아 들고 인력사무소를 나섰다.

윤모(31)씨는 "그나마 저는 한 달 새 15∼17일 정도 일을 했지만, 일이 아예 없을 때는 일주일 넘게 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차홍섭(69) 소장은 "대구는 지금 아파트를 건축하는 곳이 없어 일감이 아예 없다"며 "대구 건축은 지금 올 스톱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경기 좋을 때는 40∼50명씩 일을 보냈지만, 지금은 하루에 10명 안팎을 보낸다"며 "미장 등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부 잡일뿐이다"고 말했다.

오전 7시가 다가오자 일감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인력사무소를 떠났다.

인력사무소가 문을 열고 2시간여 동안 찾아온 40여명 중 일감을 얻은 사람은 고작 8명뿐이었다.

호명받지 못한 사람들은 동이 떠오르는 새벽 추위를 자판기 커피로 달랬다.

이날 처음 인력사무소를 찾았다는 20대 청년 또한 결국 일감을 얻지 못했다.


일감 기다리는 일용직 근로자


[촬영 윤관식]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이런 겨울이 없다"며 "보통 '노가다'라는 것이 1∼3월은 조용한 편이지만 이번 겨울은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년 정도 인력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인터넷에도 구인 공고를 올리고 했지만, 지금은 싹 다 내렸다"며 "일감이 없으니, 처음 온 사람들도 반갑지 않다"고 심정을 전했다.

한편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등 지역 공공기관들은 침체한 지역 건설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올 한해 1조4천300억원 규모의 대형 공공 건설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다.

이는 지역 건설업계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마련한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새벽의 인력 사무소


[촬영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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