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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동전 수난 시대
기사 작성일 : 2025-02-13 15:00:18

김지훈 선임기자 = 미국에서 1센트짜리 동전(페니)이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액면가보다 제조 비용이 많이 들고 활용도는 낮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2센트 이상의 비용이 드는 페니를 주조해왔다"며 재무부 장관에게 페니 생산 중단을 지시했다. 1센트 동전을 주조하는 비용은 약 3.7센트였고 이 때문에 미국 조폐국은 직전 회계연도에 8천53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기존 유통분은 그대로 두고 신규 생산만 중단한다는 건지 논란이 있지만, 이대로라면 앞으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페니는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1센트 동전. [로이터=]

대한민국의 화폐 발행권을 가진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10원짜리 동전 등 소액 주화는 비용대비 활용도가 낮아 골칫거리다. 1원과 5원 동전은 이미 2005년에 유통 목적의 발행을 중단했다. 한은은 정확한 제조 비용을 공개하지 않지만, 구리와 알루미늄을 절반가량 섞어 만드는 10원 동전의 제조 비용은 30∼40원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지폐의 유통수명은 1천원권이 약 70개월, 1만원권은 135개월인 반면 동전은 금속으로 제조되니 반영구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여러 가지 이유로 손상되는 동전이 있으니 작년 한 해만 동전 1억153만개(액면 118억원)가 폐기됐다.

동전의 활용도가 낮으니 발행 규모나 제조 비용이 줄고 있긴 하다. 한은은 가정마다 서랍 속에 방치돼있는 동전을 끌어내 활용하고자 '동전 다시쓰기 운동'을 벌여왔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2017년에는 편의점 등 매장에서 거스름돈으로 발생하는 동전을 선불카드에 충전해주는 '동전없는 사회'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동전


[촬영 안 철 수]

신용카드와 각종 전자 지불수단의 활성화로 현금 사용 빈도가 줄면서 현금, 특히 동전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자판기나 세탁소, 노래방 등 특정 동전을 사용하는 업소를 제외하면 최근 실생활에서 지폐나 동전 등 현금을 사용하는 경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서울 시내버스는 2021년 10월 '현금 없는 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택시는 물론 식당, 카페 등 일반 매장에서도 거스름돈의 관리 불편 등을 이유로 현금이 외면당하고 있다. 조의금·축의금도 계좌로 송금하는 경우가 많다. 이젠 현금을 제시하면 난감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가피하게 현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계층의 '현금 사용권'도 보장해야겠지만, 편리한 전자 지불수단 때문에 현금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치가 연일 상승하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연구에 열을 올리는 시대니만큼, 현금 동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으론 10원짜리 동전을 화폐 수집상의 진열대에서나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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