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강영훈 기자 = 지난 12일 발생한 '시흥 흉기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30대 남성은 한집에 살던 의붓형을 살해한 뒤 인근 편의점으로 가서 평소 아무런 교류가 없던 여성 점원을 무참히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피해자를 상대로 느닷없이 폭행하다가 갑자기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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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흉기사건' 편의점 앞에 놓인 꽃다발
(시흥= 권준우 기자 = 14일 오후 경기 시흥시의 한 편의점 앞에 추모의 글귀가 적힌 쪽지와 국화 꽃다발, 간식 등이 놓여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12일 의붓형을 살해한 30대가 연이어 흉기를 휘둘러 20대 여성 직원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결국 숨졌다. 2025.2.14
14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구속한 이 사건 피의자 A씨는 지난 12일 오후 6시 50분께 시흥시 빌라에서 의붓형 B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당시 집 안에 있던 A씨의 모친은 흉기를 휘두르는 A씨를 말리는 과정에서 손 부위 등을 다쳤고, 결국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약 10분 동안 이어진 A씨의 범행으로 2명의 가족 사상자가 난 가운데 그는 집을 빠져나와 도보 2분 거리의 편의점으로 갔다.
A씨는 오후 6시 59분 편의점으로 안으로 들어가 카운터 쪽으로 다가서더니 20대 여성 점원 C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이어 A씨는 가지고 있던 흉기로 C씨를 여러 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불과 4~5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A씨가 연속적으로 흉기 사건을 벌이는 동안 경찰에는 총 3건의 신고와 1건의 소방당국 공동대응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집에서 사건을 벌인 뒤 편의점으로 이동해 점원에게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 오후 7시께 편의점에 있던 손님 2명 중 1명은 112에 "남성이 여성 점원을 폭행한다"고 신고했다.
이 사건 관련 첫 번째 경찰 신고였다.
경찰은 긴급신고 지령인 '코드1'을 발령하고, 군자파출소 순찰차 2대와 경찰서 강력 및 여성청소년 기능 경찰관들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그리고 2분 뒤 편의점 손님이 다시 112에 "여성 점원이 흉기에 찔렸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신고 대응을 '코드0'로 격상해 시화파출소 순찰차 2대를 증원했다.
또다시 2분 뒤 편의점에서 재차 같은 취지의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정왕지구대 순찰차 3대를 추가로 출동시켰다.
최초 출동한 군자파출소 경찰관들은 신고 접수 6분 만인 오후 7시 6분 현장에 도착했으나, A씨는 이미 도주한 뒤였다.
이들은 흉기에 찔려 심정지 상태에 빠진 C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한편, 그 뒤로 속속 도착한 다른 경찰관들과 A씨의 인상착의를 공유하고 수색에 착수했다.
그러는 사이 A씨가 사는 빌라의 이웃에게서 119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으로부터 오후 7시 24분 경찰 공동대응 요청이 들어왔다.
B씨가 살해당한 데다 A씨의 모친 역시 다친 상태여서 사건 발생 직후 즉시 112 신고가 이뤄질 수 없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한 주민이 119에 신고했던 것이다.
경찰은 A씨가 집에서 의붓형 B씨를 살해한 뒤 인근 편의점으로 가서 점원 C씨까지 흉기로 찌른 것으로 보고,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검거 작전에 속도를 냈다.
경찰은 오후 7시 55분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으로부터 1.8㎞가량 떨어진 노상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삼단봉을 이용해 A씨의 팔과 다리를 내려쳐 제압했다. A씨는 큰 저항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4월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며칠간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했으며, 한 달가량 약을 먹다가 임의로 단약(斷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와 비슷한 시기부터 A씨가 모친을 비롯해 의붓아버지, 그리고 의붓형 B씨와 한집에 거주하기 시작했는데, 치료를 중단하면서 증세가 악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은 A씨의 가족들을 상대로 그가 평소 B씨와 갈등 관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아울러 A씨가 아무런 교류가 없던 C씨에게 왜 흉기를 휘둘렀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망상에 가까운 내용의 진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 데다 아직 수사 중이어서 자세히는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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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흉기사건' 편의점 앞에 놓인 꽃다발
(시흥= 권준우 기자 = 14일 오후 경기 시흥시의 한 편의점 앞에 추모의 글귀가 적힌 쪽지와 국화 꽃다발, 간식 등이 놓여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12일 의붓형을 살해한 30대가 연이어 흉기를 휘둘러 20대 여성 직원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결국 숨졌다. 2025.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