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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했어 아프지말고 잘가"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배웅길
기사 작성일 : 2025-02-18 11:00:29

'오랜 벗' 이용수 할머니의 작별 인사


(인천= 임순석 기자 = 이용수 할머니가 18일 인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발인식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는 지난 16일 오후 향년 97세 일기로 별세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총 240명으로 그중 7명이 생존해 있다. 90~95세가 2명, 96세 이상은 5명, 평균연령은 95.7세다. 2025.2.18 [공동취재]

(인천= 홍현기 기자 = "원옥아 정말 큰일 했어, 아프지 말고 잘 가."

18일 오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발인식이 치러진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

길 할머니의 시신이 담긴 관이 안치실에서 나와 운구차로 향하자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눈물을 쏟으면서 오랜 벗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이 할머니는 길 할머니의 시신이 실린 운구차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들면서 "(길 할머니는) 대한민국을 다시 찾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다"며 울먹였다.

길 할머니는 최근 1주일간 감기에 시달리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지난 16일 연수구 자택에서 향년 97세로 생을 마감했다.

길 할머니의 빈소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화환을 보내거나 직접 조문하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발인식에서 길 할머니의 아들은 "어머니는 언제나 아들의 목회 활동에 방해가 될까 걱정하셨던 분"이라며 "다시 만날 때까지 천국에서 편안하게 쉬시길 바란다"고 애써 눈물을 삼켰다.

길 할머니의 며느리는 이날 발인식 중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면서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장례 예식을 진행한 정석원 목사는 "길 할머니를 보고 어떤 영화에서 성폭행 피해자가 잘못도 없는데 주위 시선을 피해 이사를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며 "(그러나 고인은) 자신의 삶을 드러내고 다시는 이런 만행이 없도록 아픈 상처를 딛고 위대한 삶을 사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길 할머니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이날 발인식을 마친 뒤 인천가족공원 화장장으로 향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발인


(인천= 임순석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발인이 18일 인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는 지난 16일 오후 향년 97세 일기로 별세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총 240명으로 그중 7명이 생존해 있다. 90~95세가 2명, 96세 이상은 5명, 평균연령은 95.7세다. 2025.2.18

길 할머니는 1928년 평안북도 희천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13살 때 공장에 취직하는 줄 알고 중국 만주로 향했다가 일본군 위안부로 수난을 겪었다.

길 할머니는 1998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뒤 일본군 성노예제의 진상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4∼2020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 집'에서 생활하며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꾸준히 참여했다.

길 할머니는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해 피해를 증언했을 뿐만 아니라 호주, 캐나다, 미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활동도 벌였다.

할머니는 생전에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배가 고파 밥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고 옷을 입혀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며 "역사의 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진실을 기반으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의연은 전했다.

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으로 줄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40명으로 이 중 233명은 사망했다.

연령별 생존자는 90∼95세 2명, 96세 이상 5명이다. 평균 연령은 95.7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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