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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국가산단] ③ 키워드는 '스마트·친환경·업종 다변화'…체질 개선 안간힘
기사 작성일 : 2025-02-09 07:01:15

구미 국가산단 인근 텅 빈 거리


[촬영 황수빈]

(전국종합= 업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는 길고 짙은 불황의 그늘에 전국 국가 산업단지들은 일제히 체질 개선 등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수십년간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쳤던 산단들은 첨단 산업·공정을 수혈해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 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로 전락할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산단마다 "대개조·대전환·재도약"

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산단에 따르면 경북 구미산단은 섬유, 전자 산업에서 벗어나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 중심으로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구미산단은 2023년 비수도권 유일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돼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프라, 연구 개발 인력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구미시는 906억원을 들여 반도체 관련 기반 연구시설을 건립했으며 2028년까지 반도체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 건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경기 안산시와 시흥시에 있는 반월시화산단은 2021년 산단 대개조 공모에 선정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차세대 첨단산업단지로 변모를 꿈꾸고 있다.

경기도는 반월시화산단을 거점으로 화성 발안 일반산단, 성남 일반산단, 성남 판교테크노밸리를 '연계 산단·지역'으로 정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차세대 전진기지로 만들 계획이다.

경남 창원산단은 '스마트 팩토리' 전환에 속도를 낸다.

창원시는 올해 하반기 산단 내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전환을 총괄하는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DX) 지원센터 건립에 착공해 2026년 중 준공할 예정이다.


창원산단 50주년 상징 조형물


[경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남도, 창원시,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은 문화융합협의체를 구성해 문화선도 산업단지 공모에도 도전해 기계·방산 브랜드 특화 공간, 랜드마크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전북 군산산단에서도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디지털 전환 사업에 352억원, 에너지 효율화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무탄소 지원사업에 270억원을 투입하는 스마트 그린 산단이 조성 중이다.

전남 여수산단은 친환경 산단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전남도는 여수산단이 탄소 중립형 친환경 화학산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지정되도록 힘을 쏟고 있다.

탄소 중립형 친환경 화학산업은 기존 석유화학산업에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화이트 바이오 산업, 생분해 플라스틱과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산업 등을 의미한다.

◇ "당장 너무 힘들어 미래 논의조차 사치"…정부 지원 호소

기업, 근로자, 경제단체, 지자체 등 산단 구성·지원 주체들은 당장 위기 극복에 주력하면서도 앞으로 50년, 100년을 준비할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규정 구미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은 "현재 구미산단에는 업종별 명암이 있다"며 "기존 섬유, 디스플레이 산업은 뒤처지고 있지만 반대로 반도체, 방산,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은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최고 수출액을 기록했던 때가 키와 몸무게가 크던 시기라면 지금은 근력을 튼튼히 키워 체질을 개선해야 할 때"라며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고 근로자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등 변화로 고급 근로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창원산단 내 한 제조업체에 생산직으로 일해온 30대 중반 박모씨는 "우선돼야 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여기서 일하면 먹고살 만하다, 미래에 나아질 희망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젊은 청년들이 창원산단에 인생을 투자하면 보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평생직장이 되고 산단의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나"라며 "청년들의 근로환경에 대한 법이나 제도에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원청이 흔들리면 연관 기업이 차례로 영향을 받게 되는 대기업 중심 수직계열화 구조를 재편하고 탄탄한 중소기업을 키우는 정책 지원을 바라는 요구도 있다.

반월시화산단 사업주 모임인 스마트허브경영자협회 이준기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산단을 재생시키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스마트 공장 구축 등 정책지원이 대부분 대기업 중심이어서 실질적인 중소기업 지원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친환경 전환과 신산업 도입을 위한 규제 완화 등 개선 속도가 지연돼 가속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지원금 제공이 아니라 지역 산업 구조에 맞는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수산단


[전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석유화학산업 장기 불황에 벼랑 끝에 선 여수산단 기업들은 먼 미래를 논의할 여유조차 없이 당장 존립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여수산단 한 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에 '와닿지 않는다', '추가 대책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의견이 많았다"며 "규모에 따라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기도 하는 전기료 경감, 인수 합병이나 사업 영역 재편 논의 과정에서 조정 역할과 지원 등 단계와 시기별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수빈, 김인유, 김선경, 김진방, 손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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